<12>한국 축구 성장동력 유스 시스템

광주 U-18(금호고) 주장 조성권(왼쪽)과 수원 U-18(매탄고) 주장 이규석이 21일 경북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K리그 U-18 챔피언십 결승에 앞서 트로피에 리본을 묶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21일 ‘K리그 유스의 성지’ 경북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K리그 18세, 17세 이하(U-18, U-17) 챔피언십 결승전 현장. K리그 경기 평균 관중의 절반도 되지 않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지만, 그 열기만큼은 ‘슈퍼매치’ 못지 않게 뜨거웠다. 아들, 친구의 이름을 부르는 관중석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우렁찼고,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감독들의 손짓에선 자신감이 묻어 나왔다. 그라운드에 선 어린 선수들은 큰 무대에도 전혀 긴장하지 않은 듯 화려한 개인기와 패스, 슈팅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이들의 감탄사를 연발케 했다. 승자와 패자가 갈릴 수밖에 없는 스포츠지만, 넘어진 상대팀 선수에게도 손을 내미는 이들의 페어플레이 정신은 오히려 어른들에게 뭉클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지난달 23일부터 21일까지, 한 달 가까이 그라운드를 수놓았던 이번 대회는 지난 12년간 발전한 유스 시스템의 성과를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U-18 대회 최우수선수에 오른 광주(금호고) 조성권(18), 10골로 U-17 대회 득점왕에 오른 부산(개성고) 이태민(16) 등 앞으로 K리그와 한국 축구를 이끌어나갈 기대주들이 진가를 드러냈다. 대회 기간 중 국내외 스카우트 수 십 명도 현장을 찾아 선수들을 살폈다. 특히 독일 분데스리가 유수 클럽들의 스카우트들은 자비로 한국을 찾은 것으로 알려져 높아진 한국 유스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서울 U-12 선수들이 7일 울산미포구장에서 열린 K리그 U-12 챔피언십 부천 U-12와의 경기를 앞두고 그라운드에 앉아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 유스 시스템은 지난 10년 간 발전을 거듭해왔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맛본 한국축구는 유소년 육성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2003년 포항이 K리그 구단 최초로 유스 시스템을 도입한 데 이어 2008년 연중리그인 K리그 주니어, 2009년 주말리그제 발족과 함께 연맹은 각 구단별 유소년 팀 도입을 의무화했다. 이후 유소년 지도자 해외 연수, 클럽 평가제도 ‘유스 트러스트’ 등이 추가되며 체계가 잡혔다.

눈에 띄는 점은 일련의 정책이 ‘성적’이 아닌 ‘육성’을 기조로 한 하나의 줄기로 뻗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K리그 유스 챔피언십에서는 출전 기회가 적은 저학년 선수를 위해 각급 유스팀 보다 한 살 어린 U-17, U-14, U-11 대회를 병행 개최했고, 해외 팀과의 대결 기회를 위해 일본과 미국 구단을 초청했다. 올해에는 초등부(U-12, U-11) 대회를 신설, 어린 선수들에게 프로와 유사한 환경에서 성장할 기회를 마련했다.

유소년 대회와 K리그 병행 출전을 가능하게 한 준프로계약 제도도 이와 같은 흐름에서 지난해 처음 도입됐다. 기존 K리그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해야 프로에 입성할 수 있었다. 재능 있는 어린 선수가 조금이라도 빨리 프로 무대를 경험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유스 명문’ 수원은 제도 도입 이후 박지민(19) 등 4명과 준프로계약을 체결했고 이 중 오현규(18)는 벌써 리그 7경기를 치르며 2008년 울산 김승규(29) 이후 고등학생으로 K리그에 데뷔한 두 번째 선수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부산 U-17(개성고) 선수들이 21일 경북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K리그 U-17 챔피언십 전남 U-17(광양제철고)과의 결승전에서 후반 36분 최기윤(19번)이 2-1로 앞서가는 결승골을 넣자 함께 기뻐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육성 중심의 유스 시스템은 K리그의 수준 자체를 자연스럽게 끌어올렸다. 올해 U-18, U-17 대회에서 각각 우승을 차지한 광주와 부산은 높은 자체 유스 비율을 바탕으로 K리그2에서 치열한 선두 다툼 중이다. 부산은 선수단 중 유스 출신 선수가 34명 중 16명으로, 그 비율이 47%에 이른다. 팀의 주축인 이정협(28)과 이동준(22), 김진규(22) 등이 모두 구단 유스 출신이다. 올해 U-15, U-14 대회를 동반 제패한 울산도 유스 출신 선수들의 활약에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이동경(22)은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17경기에 출전, 2골 2도움으로 팀 공격의 다양성을 더해주고 있다.

실제로 K리그의 유스 비율은 유럽 리그를 상회할 정도의 수준까지 올라왔다. 2019년 K리그1의 전체 유스 비율은 31.9%(149명)으로 스페인 프리메라라리가(23.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11.7%), 독일 분데스리가(13.3%)보다 높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U-23 대표팀 20명 중 15명, 올해 폴란드 U-20 월드컵 준우승 신화를 썼던 21명 중 12명이 K리그 유스 출신이었다. 이젠 유스 시스템을 빼고 한국 축구를 논하기 어려울 정도다.

여전히 남아있는 성적지상주의, 구단별 예산 차이로 인한 유스의 부익부빈익빈 현상, 유소년 전담 지도자 역량 부재 등이 남은 과제로 손꼽힌다. 연맹 관계자는 "유소년 축구에 대한 투자는 프로구단 운영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축구의 사회간접자본 같은 역할을 한다"며 "중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팀과 리그의 성장을 위해 유소년 육성을 제도를 지속해서 보완하고 추가하겠다"고 강조했다.

포항=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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