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일 일본은 31년 만에 상업포경을 재개했다. 고래고기를 판매하기 위해 고래 잡는 것을 허용했다는 뜻이다. 일본은 그 동안 대외적으로 연구목적에 한해 고래를 잡아왔다. 그러면서도 국제사회에 상업포경 재개를 끈질기게 요구해왔으나 주장이 먹히지 않자 6월말 상업포경을 반대하는 국제기구인 국제포경위원회(IWC)마저 탈퇴했다. 그로부터 한 달. 지난 4일 기준 일본이 포획한 고래는 밍크 고래 12마리, 브라이드 고래 67마리 등 총 79마리다. 올 연말까지 밍크 고래, 브라이드 고래, 보리 고래 등 총 227마리를 잡는다는 목표다.
일본 내에서는 상업포경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언론보도만 봐도 식당 등 관련 종사자들의 기대나 올 여름 태풍으로 인해 고래가 목표만큼 잡힐지 등에 대한 우려 등을 언급한 기사가 눈에 띈다. 반면 아사히 신문은 사설을 통해 타국과의 협조나 법을 존중하는 원칙에서 후퇴할 위험성이 있다는 것, 고래고기 소비량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올해만 19억엔(약 216억3,200만원)의 보조금을 투입하는 것을 지적했다. 마이니치 신문도 상업포경이 국제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문 독자투고에는 잡은 고래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먹을 것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전통을 이유로 고래를 잡으면 안 된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몇몇 일본인 지인들에게 상업포경에 대해 물었다. 전제는 본인은 먹지 않는다면서도 고래 식문화는 일본의 전통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학교급식에서 먹었기 때문에 크게 거부감이 없다, 멸종위기가 아닌 것을 전제로 고래가 문제가 된다면 닭, 돼지, 소는 그냥 먹어도 되느냐고 반문했다. 비교적 고래문제에 관심이 많은 한 지인은 고래 개체 수에 대해 일본과 국제사회의 계산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쪽을 신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대형고래는 멸종위기종이며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는 고래를 보호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며 짧은 지식이지만 상업포경의 문제에 대해 설명하려 노력했다. 이들이 적어도 상업포경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라도 되기를 바랐다.
일본은 자신들이 정한 쿼터가 100년 동안 고래를 잡아도 개체 수가 줄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은 왜 고래를 잡지 않고 보호에 동참할까. 일본은 일본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잡겠다고 하지만 고래는 국경을 지키면서 다니지 않는다. 전통이라고, 먹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먹을 것이 풍족한 상태에서 굳이 잡을 이유가 없고, 고래고기 소비량은 연 3,000톤 전후로 1962년도(23.3만톤)의 80분의 1까지 줄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 상업포경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는 성명을 냈다. 하지만 그 이후 달라진 것은 없다는 게 동물단체의 지적이다. 해양동물전문 보호단체 핫핑크돌핀스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밍크고래의 경우, J와 O계군으로 나뉘는데 J계군은 한국과 일본, 러시아를 오가며 서식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로의 회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강력히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최소한 일본이 매년 잡는 고래 종류와 쿼터에 대해 양국이 합의하고 나아가 상업포경 금지를 주장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의 고래 개체 수 셈법이 맞는지 틀리는지 지켜보기엔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도쿄=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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