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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렴 댕댕아” 반려동물 잘 떠나 보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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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렴 댕댕아” 반려동물 잘 떠나 보내는 법

입력
2019.08.21 04:4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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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처럼 충분한 애도 시간 가져야 펫로스 증후군 예방

둥물장묘시설의 납골당에 반려동물의 유해가 안치돼 있다. 펫포레스트 제공
둥물장묘시설의 납골당에 반려동물의 유해가 안치돼 있다. 펫포레스트 제공

“모든 이별은 충분히 슬퍼하면서 상실을 인정할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가족과 같았던 반려동물과의 이별 과정도 충분히 애도할 시간을 가져야 해요. 잘 키웠던 것만큼 잘 떠나 보내야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ㆍ반려동물 죽음 뒤 겪는 우울)’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강성일 펫포레스트 반려동물장례지도사)

반려인 천만시대, 반려동물의 죽음 이후 상실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덩달아 늘고 있다. 가족과 같았던 반려동물의 죽음을 의연하게 대처하기 쉽지 않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 우울증을 심하게 앓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반려인들이 반려동물의 보호자로서 마지막까지 책임을 다하고, 애도의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게 이별 후 상실감 극복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반려동물의 수명은 인간보다 짧다. 개나 고양이는 보통 10~15년을 산다. 보호자들은 이러한 생명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강성일 반려동물장례지도사는 “반려동물은 대개 집에서 죽음을 맞게 되는데 보호자들이 동물의 죽음을 처음 경험하면서 겪는 당황스러움과 슬픔으로 급하게 장례 절차를 밟는 경우가 많다”며 “사람은 3일장을 한다지만, 반려동물의 경우 대개 5시간안에 모든 장례 절차가 끝나 슬픔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던 반려인들이 장례 후 상실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을 잘 떠나 보내려면 마지막까지 보호자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가정에서 반려동물이 사망했을 경우 사후 기초수습도 보호자가 해야 할 일이다.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반려동물의 죽음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를 건너면, 먼저 숨이 멈췄는지 알아보기 위해 맥박, 심장박동, 숨소리 등을 확인해야 한다. 사후 경직이 시작되면 이빨이 혀를 눌러 피가 날 수 있으므로 반려동물의 혀는 입 안쪽으로 넣어주고 물티슈나 탈지면으로 어금니를 고정시켜야 한다. 반려동물이 숨을 거둔 후 배변을 보기도 하므로 배변패드도 깔아주는 편이 좋다. 특히 강 지도사는 “반려동물이 사고를 당해 외부 상처가 생긴 게 아니라면 사망시점부터 최대 72시간까지는 사체가 부패하지 않는다”며 “급하게 화장하거나 냉동안치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므로 장례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장례 때까지 충분히 가족이 함께 애도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당부했다.

반려동물의 장례 방식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하다. 2017년 농림축산검역본부의 국민의식조사에서 반려인 4명 중 1명(24%)은 ‘반려동물이 죽으면 주거지나 야산에 매립하겠다’고 답했지만 이는 불법이다. 현행법상 동물의 사체는 ‘폐기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종량제 봉투에 담아 폐기물로 처리해야 한다. 동물병원에서는 ‘의료폐기물’로 분류해 처리하고 있다. 만약 반려동물의 사체를 무단 투기하면 10만원 이하의 벌금형 또는 구류ㆍ과료형에 처해지거나, 5만원의 범칙금 또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사체를 임의로 매립ㆍ화장해도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최근에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반려인이 많아지면서 동물보호법에 따라 장묘시설에 맡겨 화장을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다만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보호관리시스템(www.animal.go.kr)에 등록된 합법적인 장묘업체는 현재 전국 39곳에 불과하기 때문에, 포털사이트 등에서 선택한 장묘업체의 등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장묘업체에서 반려동물을 화장할 경우 평균 20~40만원이 소요된다. 또한 사망 후 동물등록 말소 신고를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동물등록이 된 반려동물은 사후 30일 내에 지자체 등에 신고하지 않으면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과 사별한 반려인들이 겪는 우울함과 상실감은 정상적인 애도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2개월~1년 이상 우울이 지속되는 등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임상심리전문가인 조지훈 서울펫로스심리상담센터안녕 원장은 “사망한 반려동물을 떠올리며 편지를 써보는 등 사별의 경험을 직면하려는 노력을 하면 우울감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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