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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사업 지역구 안 고집에 속병 앓는 칠곡경북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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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사업 지역구 안 고집에 속병 앓는 칠곡경북대병원

입력
2019.08.22 18:00
수정
2019.09.0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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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ㆍ고령화사회 대비 라이프케어산업 기반구축사업 특정지역 고수 입지선정 난항

대구 북구 칠곡경북대병원 임상실습병동 공사 현장.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부지보다 훨씬 낮은 곳에 위치해 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대구 북구 칠곡경북대병원 임상실습병동 공사 현장.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부지보다 훨씬 낮은 곳에 위치해 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대구시가 200억대 국책사업을 유치했지만 사업의 핵심인 센터 건축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업유치에 공이 큰 여당 국회의원 지역구를 고수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북구에서 유일하게 들어설 수 있는 국립대병원에 땅을 요구했지만, 해당 병원은 “미래 병원 발전을 가로막는 처사”라며 난색이다.

대구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역특화사업 일환으로 ‘저출산-고령화사회 대비 라이프케어산업 기반구축’ 사업을 올 봄에 유치했다. 국비 80억원 등 총 200억원 가량을 들여 올해부터 4년간 △센터 건축과 라이프케어 제품 개발 지원을 위한 장비도입 등 기반구축 △제품화ㆍ사업화 등을 위한 장비운영 및 활용교육 △제품 고도화ㆍ개발기술지도, 특허출원ㆍ마케팅 지원 등 기업지원단계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수억 원을 부담하는 대구보건대가 주관하고, 대구테크노파크가 참여한다. 대구시는 경북대병원도 참여기관이라고 했으나 칠곡경북대병원 측은 이를 부정했다.

대구시는 지난해부터 지역특화사업 후보를 발굴해 내부 평가를 거쳐 2건을 응모해 최종적으로 이 사업이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 지역에서 둘밖에 없는 여당 국회의원인 홍의락(북을) 민주당 의원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후문이다.

80억원의 국비도 이미 올해 분으로 10억원 정도가 배정된 상태다. 이 예산은 장비도입 등에 쓰일 예정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4년계획 사업으로, 배정된 예산을 쓰지 못하면 대구시는 물론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등 정부기관도 난감해진다”고 설명했다.

[저작권 한국일보]라이프케어센터후보지. 강준구기자
[저작권 한국일보]라이프케어센터후보지. 강준구기자

하지만 당장 센터 건축 입지선정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라이프케어산업센터는 경제자유구역이나 연구개발특구,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대구에선 10개 지역에만 들어설 수 있다. 정부가 2017년부터 무분별한 추진을 막기 위해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칠곡경북대병원에 서쪽 일부를 요구하며 압박해 병원 측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해당 부지는 경북대 소유로 경북대병원이 사용권을 가지고 있다. 폐교한 경북외국어대와 호국로와 접하고 있다. 당장은 별 쓸모가 없어 보이지만, 향후 병원 확장시 필수적인 땅이라는 입장이다.

칠곡경북대병원은 내년 3월(예정) 700병상 규모의 임상실습병동이 완공되면 병상수가 1,300 병상으로 현재 2배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전체 부지는 9만5,000㎡ 가량으로, 양산부산대병원(17만1,500㎡)의 절반 수준이다.

게다가 도심 외곽에 위치, 불편한 대중교통에다 중환자가 많아 직원ㆍ환자 차량으로 매일같이 주차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칠곡경북대병원은 경북외국어대 운동장부지를 월 2,000만원에 임차, 이달부터 임시 주차장으로 활용할 정도다.

이에 따라 칠곡경북대병원은 인접 부지를 매입, 병원을 확장하는 장기발전계획을 마련해 왔지만 대구시의 요구로 틀어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시가 요구한 부지는 확장검토 부지와 연결할 수 있는 유일한 차량통행로이기 때문이다. 다른 곳은 높낮이 차가 심해 차량 통행로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교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한 교수는 “칠곡경북대병원은 제대로 된 청사진조차 없이 시작돼 주차대란 등 불편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확장에 필수적인 땅을 무작정 요구한다는 것은 향후 성장의 단초를 제거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성토했다. 또 “해당 사업은 ‘국책’사업으로, 대구 다른 지역에 얼마든지 갈 수 있는데 왜 가뜩이나 땅이 없어 애를 먹는 칠곡경북대병원을 고집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런 사정은 무시한 채 단순히 ‘국립인 경북대병원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국책사업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여론몰이에 나서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지난 7월 일대가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돼 선택의 폭이 넓어졌지만, 경북도농업기술원부지 등은 2023년은 돼야 이전이 완료되고, 경북도가 분할매각을 원치 않아 곤란한 상태”라며 난감해했다.

칠곡경북대병원 측은 기존 병원과 인접 부지를 바로 연결하는, 안전한 차량통행로만 확보해 준다면 대구시 요구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극적인 타결책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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