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파 세력도 맞불 시위 벌여 장외서도 갈등ㆍ대치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가 11주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ㆍ프랑스ㆍ독일ㆍ호주 등 세계 곳곳에서 이를 지지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에 친중파 세력도 맞불 집회를 여는 등 장외에서도 갈등과 대치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AFP 통신 등 외신은 1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서 열린 홍콩 송환법 반대시위 지지집회에 1,000여명의 시민이 운집했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홍콩을 구하자’ ‘홍콩 시민들에게 힘을’ 등이 적힌 푯말을 들고 행진했다. ‘후추는 수프 먹을 때나 필요한 것’이라며 홍콩 경찰의 강경 진압을 비판하는 이들도 있었고, 영국 통치 시절의 홍콩 깃발을 흔드는 시위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런던 집회 참가자들은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영국과 중국이 맺은 협정대로 홍콩 시민들의 자유와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보리스 존슨 총리는 중국에 굴복하려 하는가’ ‘중국이 약속을 지키게 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푯말을 들어올리며 영국 정부에 보다 강경한 입장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같은 날 프랑스 파리와 독일 베를린에 모인 시민들도 “홍콩과 단결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홍콩 시위대에 지지와 연대의 메시지를 보냈다.
중국 본토 출신들로 구성된 친중파 시위대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들은 각국에서 집회가 열릴 때마다 나타나 맞불 시위를 벌였다. 친중파 시위대는 붉은 옷을 맞춰 입고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흔들며 “하나의 중국” “홍콩은 영원한 중국 영토” “반역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앞서 16일에는 호주 멜버른과 시드니, 애들레이드, 브리즈번 등에서 송환법의 완전 철폐와 체포된 홍콩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특히 멜버른 집회에는 2,000여명의 시민과 홍콩 유학생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거주 화교와 중국 유학생들의 맞불집회도 멜버른에서 특히 거셌다. 말싸움으로 시작된 양측 간 대립이 물리적 충돌로 번지면서 현지 경찰이 진압에 나서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