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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종말 대비한 ‘지하벙커 콘도’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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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종말 대비한 ‘지하벙커 콘도’ 인기

입력
2019.08.18 16:36
수정
2019.08.18 18:4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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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자스주에 있는 지하 벙커 콘도인 ‘서바이벌 콘도’ 입구. 서바이벌 콘도 홈페이지
캔자스주에 있는 지하 벙커 콘도인 ‘서바이벌 콘도’ 입구. 서바이벌 콘도 홈페이지

미국에서 과거 냉전시대 핵미사일 등을 숨겨뒀던 지하 무기고가 초호화 벙커형 콘도(일종의 공동주택)로 변신하고 있다. 캔자스, 네브래스카, 뉴멕시코, 인디애나, 사우스다코타 등 미국 중부 인적이 드문 지역에 주변 경관도 볼 수 없는 지하 무기고를 개조한 콘도 회사들이 내세운 마케팅 포인트는 다름 아닌 ‘종말 대비’. 핵전쟁, 자연재해, 테러, 폭동 등 갖가지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안전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인데, 종말을 대비하는 갑부들뿐만 아니라 각종 세파에서 벗어나고 싶은 은퇴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캔자스주에 있는 서바이벌 콘도(Survival Condo)다. 1960년대 대륙간탄도미사일인 ‘아틀라스 에프 미사일’을 은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가 이 미사일이 폐기되면서 버려졌던 무기고를 방위 산업 관련 일을 하던 래리 홀이 2008년 인수해 특별한 주거시설로 개조했다. 지하 15층으로 이뤄진 이 콘도는 여느 리조트처럼 수영장과 극장, 주점 등 각종 오락 시설뿐만 아니라 자체 식량 조달을 위한 유기농 수중재배시설, 음식 저장고, 자체 발전시설, 무기 저장실 및 방사능과 생화학 공격에 대비한 공기 정화시설도 갖췄다. 핵 전쟁이 나더라도 지하에 숨어 생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음식물은 1인당 5년치가 준비돼 있다고 한다. 162㎡ 면적의 한 층을 모두 사용하는 가격은 300만 달러고, 절반 면적 이용 가격은 150만 달러에 달한다. 최근 또 다른 무기고를 인수해 개조 작업을 하고 있는 홀은 뉴욕타임스(NYT)에 “두 번째 콘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면서 “고객 중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군부 인사가 있는데, 헬리콥터 착륙장과 지하 이슬람사원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캔자스주에선 이곳 외에도 ‘20세기 캐슬’이란 이름의 지하 콘도가 있고 인디애나주에서 비보스(Vivos)라는 콘도가 판매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에선 무려 1,800만 달러 짜리 초호화 지하 벙커도 매물로 나왔다. 아울러 비보스를 만든 부동산 개발업자 로버트 비시노는 사우스다코타주에서 575개의 무기 창고가 있는 지하 시설을 구매해 개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완공되면 세계 최대 규모의 지하 벙커형 콘도가 될 수 있다. 비보스를 구매한 한 IT 업계 종사자는 NYT에 “다른 이유 보다 최근 정치적 불안에 대한 걱정이 커져 구매를 결심했는데, 은퇴 후에 이 곳에서 지낼 계획이다”며 “콘도 이웃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속 깊은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콘도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없는 게 아니다. 존 훕스 캔자스대 교수는 “공포를 이용한 상술인데, 누군가를 두렵게 만들면 그들에게 모든 종류의 물건을 팔 수 있다”고 꼬집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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