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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스타인, 변호인단과 간식 자판기 비우며 하루 12시간 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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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스타인, 변호인단과 간식 자판기 비우며 하루 12시간 면회”

입력
2019.08.18 14:35
수정
2019.08.18 15:0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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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극단 선택’ 엡스타인 수감생활 재구성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기소돼 수감 중이던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10일 극단적 선택을 한 뉴욕 맨해튼 소재 메트로폴리탄 교도소 전경. EPA 연합뉴스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기소돼 수감 중이던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10일 극단적 선택을 한 뉴욕 맨해튼 소재 메트로폴리탄 교도소 전경. EPA 연합뉴스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수감됐다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사망 전 변호사들과 하루 12시간씩 면회하는 등 열악한 감방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17일(현지시간) NYT는 교도소 직원과 변호사 등으로부터 다수의 증언을 모아 엡스타인의 수감생활을 재구성했다.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엡스타인은 과거 미성년자 20여 명을 상대로 성매매한 혐의로 기소, 유죄가 인정돼 최고 45년에 달하는 징역형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신문은 “엡스타인은 비좁고, 축축하고, 해충이 들끓는 메트로폴리탄 교도소의 감방을 혐오했지만 이제껏 해 온 대로 자신의 부를 이용해 그로부터 벗어날 방법을 생각해냈다”고 설명했다.

엡스타인이 수감돼있던 메트로폴리탄 교도소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 650억 달러 폰지 사기극을 벌인 버나드 메도프 등 악명 높은 수감자들이 많은 곳으로, 시설이 극히 낙후된 것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엡스타인은 거액을 들여 여러 변호사에게 장시간 면회토록 하는 방법으로 하루 최대 12시간을 교도소 내 사적 면회공간에서 보내는 꼼수를 썼다. 그는 변호사들과 말없이 지루한 표정으로 앉아있거나, 간식과 음료 자판기 2개를 모두 비우며 시간을 죽였다. 또 교도소 내 괴롭힘을 피하기 위해 일부 수감자들의 매점 계좌에 돈을 입금해주기도 했다.

제프리 엡스타인. 연합뉴스
제프리 엡스타인. 연합뉴스

하지만 마지막 며칠 동안은 수감생활의 고통을 덜어내려는 노력도 시들해졌다고 NYT는 전했다. 교도소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거의 목욕을 하지 않았고, 머리와 수염도 정리하지 않아 지저분했으며,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잠을 청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재판부가 그의 혐의를 공개한 날이자 사망 전날인 9일에도 그는 평소처럼 변호인들과 늦은 오후까지 면회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6시 30분 숨진 채 발견됐다. 교정직원 2명이 자살 감시 대상에서 막 해제된 엡스타인을 30분 단위로 감시하기로 돼 있었지만, 초과 근무에 지쳐 깜빡 잠에 든 사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엡스타인의 부검을 담당한 바버라 샘슨 뉴욕시 수석 검시관은 16일 성명에서 “부검 결과를 비롯한 모든 수사상의 정보를 조심스럽게 검토한 결과 엡스타인은 목을 매 자살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확인했다. NYT는 “엡스타인은 자신의 부와 특권으로도 사법시스템까지 조종하기는 힘들다는 현실을 깨닫기 시작했고, 결국 죽음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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