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제주에서는 마을마다 마을제를 지냅니다. 해당 마을이 지역구인 도의원은 의무적으로 참여하고요. 하지만 올해 한 마을에서는 도의원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참여가 배제됐습니다. 우리 부서 목표가 제주사회에 남아있는 이같은 성차별적인 장벽을 허물고, 양성평등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지난 14일 제주시 제주도청에서 만난 이현숙 제주도 성평등정책관은 제주사회에 만연한 성차별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를 통해 지역사회의 성평등 수준을 평가했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각계각층에서 터져나온 미투(#MeTooㆍ나도 고발한다)’로 양성평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에 도는 지난해 8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성평등정책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전담부서인 ‘성평등정책관’을 행정부지사 직속으로 신설했다. 공모를 통해 임용된 언론인 출신 이 정책관을 비롯해 성인지정책전문가, 공무원 등 10명으로 부서가 꾸려졌고, ‘혁신적인 실험’에 첫발을 내딛었다.
이 정책관은 “‘최초’라는 이름표가 붙자 도내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와 여성가족부 등 다양한 시선들이 우리 부서에 쏠리면서 내심 부담이 컸다”며 “백지상태에서 출발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어려움도 많았지만, 지난 1년간 다양한 실험들이 이어졌고 성평등정책관이 앞으로 가야 할 방향성을 정립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성평등정책관은 가장 먼저 향후 5년 동안 시행할 제주형 양성평등정책인 ‘더 제주처럼’프로젝트를 수립했다. ‘더 제주처럼’은 ‘소통과 포용으로 더 성평등한 제주사회 실현’이라는 비전으로 7개 정책영역에 27개 시행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또 도가 수립하는 모든 정책에 성인지 관점을 녹여내기 위해 부서별로 양성평등담당관을 지정ㆍ운영하고 있으며, 정책 수립의 주체인 도 소속 공무원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성인지 교육도 의무화했다. 성인지 감수성은 성별 간의 불평등에 대한 이해와 일상생활 속에서 성차별적 요소를 인지하는 감성적 능력을 뜻한다.
제주형 여성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도민참여단도 구성해 출범시켰다. 도민참여단은 여성친화도시 정책사업에 대한 모니터링, 지역특색을 반영한 제주형 사업발굴, 도민과 소통가능한 다양한 홍보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도는 앞서 2011년 광역자치단체 최초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된 데 이어 2016년에 재지정됐다.
성평등정책관은 또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평등문화 확산을 위해 양성평등기금을 활용해 다양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성평등 청년네트워크, 성평등 인식 실태조사, 찾아가는 젠더콘서트, 성불평등 용어개선 사업 등은 모두 제주에서 처음으로 이뤄지는 사업이다.
제주도민들의 성평등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도내 공공기관은 물론 교육, 언론, 경찰 등과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 이들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제주도성평등협의회도 구성했다.
성평등정책관은 올 상반기에만 도민 1만1,000여명을 대상으로 400여차례에 걸쳐 성인지 감수성 및 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했고, 내년에는 제주의 성평등 교육에 대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제주성평등교육센터를 운영해서 공적인 역할을 더 강화할 계획이다.
이 정책관은 “양성평등은 여성 또는 남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여성답다’, ‘남성답다’는 단어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고, 지금 우리가 바로 시작해야 하는 가치”라며 “성평등은 한두 가지 정책으로 단시간에 실현할 수 없다는 게 분명한 사실이지만, 성평등 사회를 실현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행복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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