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나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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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씨는 60대 초반 남성이다. 평소 건강했고, 담배는 20년간 피워 왔지만 건강 관리는 나름 잘해와 건강검진과 지인들 문병 외에는 병원을 따로 찾을 일이 없었던 분이었다. 사전 문진 메모를 보니 ‘통증 없는 육안적 혈뇨’라고 적혀 있었다.

“지난달에 소변이 새빨갛게 몇 차례 나왔는데 아프지도 않고, 별다른 증상도 없었어요. 하루 그러다가 말아서 병원을 가야 할지 어떨지 몰라서 그냥 지내다가 어제 갑자기 또 소변에 피가 나와서요. 그런데, 오늘은 또 깨끗하네요. 아프지도 않은데 뭘 검사까지 해야 하나요? 요즘 날이 너무 더운데 골프를 쳐서 그런가.”

“선생님의 증상은 사실 아프면서 피가 나오는 경우보다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꼭 검사를 해야 합니다. 방광내시경을 포함해서요. 최악의 경우 암일 수도 있거든요.”

날이 더울 때 땀을 많이 흘리면 소변 색깔이 진해진다. 너무 진해 불그스름하게 보일 정도가 되면 가슴이 철렁하기도 하다. 이렇게 소변은 하루에도 몇 번씩 쉽게 눈으로 그 색깔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몸의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는 쉬운 지표다.

소변은 배설물이지만 체내를 한 바퀴 돈 혈액이 콩팥에서 걸러져 만들어진다. 소변 성분 중에 적혈구, 백혈구, 단백질, 당 등은 일반적인 안정 상태에서는 잘 검출되지 않으니 이들의 수치가 변화하면 신체의 기능 이상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에 건강 상태의 신호등과 같다.

정상적인 소변 색깔은 맥주에 약간의 물을 탄 듯한 맑은 밀짚색이다. 수분 섭취량과 탈수 정도에 따라 소변 색깔이 변할 수 있는데 땀을 많이 흘리거나 물을 거의 마시지 않아 심하게 탈수됐을 때는 주황색에 가까운 진한 소변을 보기도 해 피가 나온다고 오해를 하기도 한다.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뇨의 원인은 다양하다. 소변 색깔은 정상이나 현미경 검사에서 적혈구가 검출되는 것을 현미경적 혈뇨라고 한다. 현미경적 혈뇨가 있다고 무조건 콩팥이 좋지 않다거나 큰 병이 있는 것은 아니다. 미세 혈관 출혈, 아주 작은 결석 결정의 침착, 콩팥 낭종 등이 있거나 만성방광염이나 간질성 방광염 등 방광 질환이 있을 때에도 현미경적 혈뇨가 관찰되므로 원인을 찾기 위한 정밀 검사와 정기적인 변화 관찰이 중요하다.

소변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를 육안적 혈뇨라고 한다. 이렇게 육안적 혈뇨가 나오는데 통증이 없다면 반드시 신속히 비뇨의학과에 가야 한다. 방광이나 콩팥의 악성 종양은 통증이 없는 육안적 혈뇨가 주증상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반면 결석이나 급성 방광염은 옆구리나 하복부, 요도의 심한 통증이나 오줌 소태 증상과 함께 혈뇨가 다량 나온다. 그러므로 혈뇨와 동반되는 소변 증상이나 통증의 유무를 종합하면 어떤 원인으로 혈뇨가 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거품이 많이 나는 소변은 어떨까? 소변에 거품이 얼마나 있어야 정상일까? 객관적인 기준은 없다. 소변에 거품이 많이 나면 당뇨병이나 콩팥 기능 이상을 의심하는데 약간의 거품은 정상일 때도 있을 수 있다. 특히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소변에 거품이 많이 날 수 있다. 거품 정도로 콩팥 기능의 정상 유무를 판별할 수는 없다.

이렇게 소변의 정상적인 성상(性狀)이 변하는 경우는 다양하다. 소변의 색깔, 냄새, 탁한 정도 등을 보고 몸의 이상을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것들은 뭔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작은 신호다. 특히 소변의 변화와 함께 통증, 잔뇨감, 빈뇨, 야간 빈뇨, 요실금 등 어떤 증상이 꾸준히 지속된다면 비뇨의학과를 찾아야 한다.

소변을 잘 살펴보기만 해도 건강의 이상 신호를 빨리 알아낼 수 있다. 그러나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어설픈 상식으로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현명한 건강 관리를 위해 정기적인 검진과 관리가 필요하다. 사족으로 앞서 언급했던 K씨는 다행히 빨리 발견된 초기의 방광암으로 내시경 수술 후 재발 여부만 꾸준히 관찰하면 되는 정도였다.

윤하나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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