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엄중해진 사회 분위기 속에 경기동부권 시·군 의장협의회 소속의 일부 의장들이 외유성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부정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유적지 방문이 포함된 당초 일정 대신 현지 관광지 방문 등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해당지역 의회 등에 따르면 경기동부권 시·군 의장협의회 소속의 10개의 지방의회 중 광주·성남·구리·용인·여주·이천·양평 등 7개 지역 의장은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3박4일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출장을 다녀왔다. 이 출장엔 각 지역 의장 수행비서 7명과 여행 총괄 2명 등 9명(공무원)도 동참했다. 출장에 참여한 의장 7명 중 1명(양평·무소속)을 제외한 6명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8·15 광복절을 앞두고 ‘항일 독립운동가의 발자취를 찾아서’란 취지에서 기획된 이번 출장은 2개월 전 공무국외 출장 심사위원회를 통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꼼수 일정으로 짜인 출장계획서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 이들이 작성한 출장계획 일정표를 보면 출장 1일 차(8일)엔 블라디보스토크 공항 도착 이후 연해주 독립운동 본거지인 ‘신한촌’을 방문한 뒤 ‘한인이주 140주년 역사박물관(안중근의사 기념관)’과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 생가’를 다녀오도록 돼 있다. 2일 차(9일)엔 고려인들의 삶을 담은 ‘고려문화센터’가 포함됐으며, 3일 차(10일)엔 네덜란드 헤이그 특사로 파견됐던 ‘이상설 선생 유허비’ 등 독립유적지 방문이 들어 있다.
하지만 이 계획서를 자세하게 살펴보면 중복 지역 방문 일정으로 출장 일정이 채워진 것도 알 수 있다. 우선 1일 차 방문지인 ‘한인이주 140주년 역사박물관’과 2일 차에 예정된 ‘고려문화센터’는 같은 장소다. 하루에 볼 수 있는 방문 코스인데, 1, 2일 차로 나눠 일정을 세웠다. 아울러 1일 차에 잡혀진 ‘140주년 역사박물관’과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 생가’, 3일차에 예정된 ‘이상설 선생 유허비’ 등의 3곳은 모두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닌 2일차 방문지인 우수리스크 지역 인근에 있다. 우수리스크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으로 100㎞, 승용차로는 1시간 30분 거리에 있다. 다시 말해 2일 차 일정을 소화하면서 1일 차와 3일 차에 계획된 지역 방문도 가능했단 얘기다. 확인 결과, 이들은 현지에서 일정을 바꿔 우수리스크 3곳의 유적지를 2일 차(9일) 오후 반나절 동안 몰아서 다녀왔다. 결국 이들은 출장기간 동안엔 매일 유적지를 둘러본 것처럼 돼 있지만 실상은 달랐던 셈이다.
반면 시간을 벌어들인 이들의 관광코스는 화려했다. 유적지 4곳을 다녀오는 동안 이들이 찾은 관광지는 △블라디보스토크 혁명광장 △세계대전 참전 잠수함(내부) △러시아 정교회 △루스키섬 관광 △비틀리나 곶 산책 △APEC 정상회담 개최지 △발해 5경 중 솔빈부 발해 옛 성터 △독수리 전망대 △아트바트 거리 및 해변공원 △영화배우 율브리너 생가 등을 포함해 10여곳에 달했다.
출장비용에도 곱지 않은 시각이다. 의장들은 그나마 의장협의회 분담금(회비)으로 다녀왔지만 수행비서 7명과 여행 총괄(광주시청 직원) 2명 등 9명은 각 지방자치단체 예산에서 충당했다. 의장 포함 1인당 출장경비는 230여만원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출장을 다녀온 이들은 정작 자신들의 책임은 아니란 주장이다. 이에 대해 협의회 회장인 박현철 광주시의회 의장은 “일본을 간 것도 아니고 독립운동 유적지를 방문했고, 오가며 관광지 몇 곳을 다녀왔을 뿐인데 왜 문제가 되고, 왜 외유성인지 모르겠다”며 “일정을 짠 공무원이나 심사위원들이 현지 지역 사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계획서를 작성해 빚어진 것으로 현지에서 일정을 급히 수정해 다녀왔다”고 해명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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