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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일왕 “과거 깊은 반성”에도 아베는 7년째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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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일왕 “과거 깊은 반성”에도 아베는 7년째 침묵

입력
2019.08.16 04:40
수정
2019.08.16 06:5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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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와시대 첫 전몰자추도식서… 아베 ‘A급전범’ 야스쿠니에 공물

나루히토 일왕 내외가 15일 도쿄 지요다구 일본부도칸에서 열린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참석해 묵념하고 있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추도사를 통해 과거에 대한 '깊은 반성'을 언급했다. 도쿄=EPA 연합뉴스
나루히토 일왕 내외가 15일 도쿄 지요다구 일본부도칸에서 열린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참석해 묵념하고 있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추도사를 통해 과거에 대한 '깊은 반성'을 언급했다. 도쿄=EPA 연합뉴스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15일 일본이 일으킨 침략전쟁의 역사와 관련해 ‘깊은 반성’을 말했다. 반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과거에 대한 반성이나 책임에 침묵했다. 레이와(令和) 시대 첫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보여준 ‘전후 세대’ 일왕과 총리가 과거를 대하는 자세는 극명히 엇갈렸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일본 부도칸(武道館)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전후 오랜 기간에 걸쳐 평화로운 세월을 생각하며, 과거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 위에서 다시는 전쟁의 참화가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터에서 숨진 분들에 대해 모든 국민들과 함께 마음으로부터 추도의 뜻을 표하며 세계 평화와 일본의 발전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는 전후 세대 첫 일왕인 나루히토가 ‘오고토바(お言葉ㆍ소감)’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이목이 집중됐다. 나루히토 일왕의 ‘깊은 반성’이란 표현은 아버지인 아키히토(明仁) 상왕이 가해 책임을 외면해 온 일부 정치인들과 달리 반성의 뜻을 밝혀온 ‘평화주의 노선’을 계승한 것이다. 아키히토 상왕은 패전(종전) 70주년이었던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깊은 반성’이란 표현을 사용해 왔다.

나루히토 일왕은 아버지로부터 전쟁 당시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왕세자 시절엔 원폭 피해 지역인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 미국과의 격전을 벌였던 오키나와(沖縄)를 방문했다. 그는 2015년 기자회견에서 “전쟁의 기억이 희미해지려고 하는 오늘, 겸허히 과거를 되돌아보고, 전쟁을 모르는 세대에게 비참한 체험이나 일본이 걸어온 역사를 올바르게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5일 도쿄 지요다구 일본 부도칸에서 열린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그는 7년째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과 가해 책임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5일 도쿄 지요다구 일본 부도칸에서 열린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그는 7년째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과 가해 책임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이와 대조적이었다. 아베 총리는 기념사에서 “우리나라는 전후 일관되게 평화를 존중하는 나라로서 한결같은 길을 걸어 왔다”며 “역사의 교훈을 깊이 마음에 새겨 세계평화와 번영에 힘써 왔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맹세는 쇼와(昭和ㆍ히로히토 일왕 연호), 헤이세이(平成ㆍ아키히토 일왕 연호) 그리고 레이와 시대에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평화롭고 희망이 넘치는 새 시대를 만들기 위해 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힘을 합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1993년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총리 이후 역대 총리들이 언급해 온 “아시아 제국의 국민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안긴 데 대해 깊이 반성한다”는 표현은 빠졌다. 아베 총리는 1차 집권 때인 2006년엔 반성의 뜻을 밝혔지만, 2차 집권 이후인 2013년부터 7년째 주변국에 대한 가해 책임을 거론하지 않고 있다. 또 역대 총리들이 밝혀온 “부전(不戰ㆍ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의 맹세”도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맹세”로 바꿨다.

한국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패전일인 15일 일본 도쿄 야스쿠니신사에서 우익들이 일본 국기와 욱일기를 들고 서 있다. 도쿄=연합뉴스
한국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패전일인 15일 일본 도쿄 야스쿠니신사에서 우익들이 일본 국기와 욱일기를 들고 서 있다. 도쿄=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이날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靖国)신사에 ‘다마구시(玉串ㆍ물푸레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를 공물로 보냈다. 2013년 12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 한국과 중국 등의 거센 반발을 샀던 그는 7년째 종전기념일과 춘ㆍ추계예대제에 이런 식으로 공물을 보내고 있다.

이날 초당파 극우 성향의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50명은 야스쿠니신사를 집단 참배했고, 내각 인사들의 참배는 없었지만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외무부(副)대신, 기우치 미노루(城內實) 환경부(副)대신 등 차관급 인사들도 참배했다. 이에 외교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과거 식민침탈과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신사에 공물료를 봉납하고 참배한 데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비판했다.

야스쿠니신사 주변엔 제국주의 향수에 젖은 우익들로 붐볐다. 이들은 개헌, 일왕과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촉구 등을 주장하는 유인물을 뿌렸다. 군복을 입은 사람들은 신사 입구에 ‘일본은 침략ㆍ범죄국가가 아니다’라고 쓰여진 플래카드를 내걸었고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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