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매출이 일본 기업의 절반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5개 업종의 양국 대표 기업들이 지난해 거둔 매출을 비교해 보니 반도체와 휴대폰 업종만 한국 기업이 일본보다 우위에 있었고, 나머지 업종은 모두 일본 기업들에 비해 열세에 있었다.
14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한국과 일본의 15개 업종별 상위 3개 기업(일부 업종은 상위 2개 기업)의 지난해 매출액을 조사한 결과, 한국 기업의 매출은 총 8,587억달러로 일본 기업 1조7,529억달러의 49%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반도체, 보험, 생활가전, 석유화학, 식음료, 유통, 은행, 인터넷, 자동차, 자동차부품, 제약, 철강, 통신, 화장품, 휴대폰 등 15개 업종의 국내 상위 3곳(반도체, 인터넷, 화장품, 휴대폰은 각 2곳), 총 41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 중 일본 업체 대비 매출 비중이 50%에 못 미치는 업종은 은행(49%), 유통(47%), 식음료(47%), 보험(39%), 자동차부품(38%), 통신(20%), 자동차(15%), 제약(9%) 등 총 8개로 절반이 넘었다.
다만 반도체와 휴대폰 2개 업종에선 일본 기업을 크게 압도했다. 반도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본 두 기업보다 7.7배나 높았고, 휴대폰 부문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일본의 상위 두 곳보다 14.4배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인터넷과 생활가전 업종은 2014년까지 우리 기업이 더 우세했다가 4년 만에 전세가 역전됐다.
일본 기업에 비해 가장 약세를 보인 업종은 제약이었다. 일본은 다케다, 아스텔라스, 오츠카 등 연 매출 100억달러 이상의 글로벌 제약사를 여럿 보유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유한양행, 녹십자, 광동제약 등 상위 3개사 매출을 합쳐도 36억달러에 불과했다.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업종도 일본에 비해 크게 열세였다. 자동차 업종 1위 기업만 놓고 봐도 현대기아차 매출액이 673억달러인 반면, 토요타 매출은 2,728억달러로 큰 차이가 났다. 두 업종에서 국내 기업은 일본에 비해 매출 감소세가 뚜렷했다. 자동차는 2014년 일본 기업 매출 대비 20% 수준에서 지난해 15%로, 자동차 부품은 51%에서 38%로 각각 떨어졌다.
다만 식음료, 보험, 유통 등 내수 비중이 높은 업종의 매출은 두 나라의 인구 차이가 반영됐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의 인구는 약 1억2,680만명이고 한국은 절반 수준인 5,180만명이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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