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성지’유일한 록그룹 트랙스로 활동… 홀로서기 한 기타리스트 정모 
록밴드 트랙스 출신 정모는 중1 때 기타를 배웠다. 처음으로 기타 연주를 따라 한 곡은 영국 유명 록밴드 딥퍼플의 ‘스모크 온 더 워터’(1973)였다. 정모 제공

K팝 아이돌 성지에서 록 음악이라니. SM엔터테인먼트(SM)에서 록그룹 트랙스는 ‘이단아’였다. 데뷔 준비도 서울 강남구 SM 사옥이 아닌, 인디 밴드의 공연장이 집결된 서울 홍익대 인근 연습실에서 했다. 대학 재학 시절 록그룹 샌드페블즈에서 활동했던 이수만 SM 회장이 트랙스 데뷔에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이 회장은 일본의 유명 록그룹 엑스재팬 리더인 요시키에게 트랙스 싱글 음반 ‘스콜피오’(2004)의 프로듀싱을 맡겼다. 파격적인 프로젝트였다.

“합주실에서 연습한 뒤 이 선생님(SM 가수들은 이 회장을 선생님이라 부른다)이 ‘깜짝 놀랄만한 사람이 왔다’며 약속 장소로 데려갔죠. 누군지 모르고 갔는데 요시키가 있어 정말 놀랐죠. 이 선생님이 록 음악을 좋아했어요. 록 음악으로 뭔가를 보여 주고 싶어 했고요.” 데뷔 시절 얘길 들려주던 트랙스 출신 기타리스트 정모의 얼굴엔 엷은 미소가 번졌다. 그는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를 찾았다.

정모는 지난 4월 SM을 떠났다. 그의 나이 19세였던 2003년 SM 연습생으로 발탁돼 2004년 데뷔한 뒤 15년 만의 홀로서기다. SM에서 재계약 제안을 했지만 고사했다. 오롯이 제 음악을 꾸리고 싶은 욕심에서다.

그는 SM과의 결별을 “졸업”이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개봉해 9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그의 독립에 결정적 방아쇠를 당겼다. 정모는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EMI란 큰 회사를 나와 자기 주관대로 음악을 밀고 나가잖나”라며 “난 타성에 젖어 있었다. 안전한 둥지를 떠나 도전하고 싶었다. 언젠가 해야 할 독립이라면 더 늦기 전에 지금 하자라고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정모는 이 영화를 네 번이나 봤다. 2010년 KBS ‘가요대축제’에서 ‘보헤미안 랩소디’의 기타 연주를 한 그는 퀸의 팬이기도 하다.

SM을 떠난 정모는 지난달 솔로곡 ‘복숭아’를 냈다. 기타리스트인 그가 직접 노래를 불러 낸 첫 곡이다. 포크풍의 멜로디엔 소소한 복숭아 예찬이 담겨 곡엔 정겨움이 가득하다. 정모가 기존에 선보였던 강렬한 록, 전자음악과 분위기가 180도 다르다. 정모는 “로커로서의 이미지가 강해 오히려 반감을 주면 어쩌나 고민도 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먼저 선보이자’란 소신을 택했다. “꾸준히 두드리면 통한다”는 믿음에서다. 정모와 SM에서 10여 년 전 함께 숙소 생활을 했던 슈퍼주니어 출신 헨리가 바이올린 연주로 정모의 도전에 힘을 보탰다.

정모는 녹음실 섭외 등 모든 제작 과정을 총괄했다. 주류 K팝 기획사에서 ‘차려준 밥상’에 익숙했던 그는 요즘 뒤늦게 ‘DIY(Do It Yourself)’의 의미를 깨닫는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은 없었다.

“SM에서 실패한 아이돌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상관 없어요. 전 아이돌이 되고 싶었던 적이 없으니까요. 포크풍의 곡을 계속 쓰고 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고, 꾸준히 음악하는 사람이 되려고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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