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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시험문제 유출 고교, 'SKY 진학'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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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시험문제 유출 고교, 'SKY 진학'에 올인

입력
2019.08.1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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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교육청 양정기 교육국장(왼쪽)과 김용철 감사관이 13일 교육청 별관 2층 브리핑룸에서 시험지 사전 유출 의혹 등으로 물의를 빚은 광주 A고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와 향후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 제공
광주시 교육청 양정기 교육국장(왼쪽)과 김용철 감사관이 13일 교육청 별관 2층 브리핑룸에서 시험지 사전 유출 의혹 등으로 물의를 빚은 광주 A고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와 향후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 제공

시험문제 유출 의혹이 제기된 광주 A고등학교가 명문대 진학실적을 높이기 위해 조직적으로 특정 학생들을 관리한 것으로 교육청 감사결과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학교 교사 총 68명(기간제 교사 포함) 중 교장과 교감, 퇴직교사, 기간제 교사 등 50명이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시교육청은 시험문제 유출 의혹이 제기된 광주의 A고교에 대해 지난달 8일부터 이달 7일까지 실시한 교육과정 운영과 평가 관련 감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A고교가 명문대 진학 실적을 높이기 위해 대학입시 중심의 부당한 교육과정을 운영했다고 밝혔다. 특히 최상위권 학생 특별관리와 평가관리 부적정, 대학입시중심의 부당한 교육과정 운영, 대입 학교장 추천 전형 부실 운영 등 4가지 위반사항을 확인했다.

감사결과, A고교는 최상위권 학생들을 특별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적 우수자를 대상으로 기숙사 학생들을 선발하고 모든 교육활동을 기숙사 학생 중심으로 진행했다. 1ㆍ2ㆍ3학년 모두 성적순으로 우열반을 편성했으며 기숙사 운영도 사회적 통합대상자와 원거리 통합 대상자에 대한 고려 없이 성적우수 학생을 기숙사생으로 선발했다.

국어와 영어, 수학(20% 가중치) 성적으로 우열반을 편성하고 수준별 이동수업을 한다며 최상위권 학생들을 대상으로 별도 수업을 진행했다. 기숙사 학생들에게는 별도의 과목별 방과후학교와 자율동아리, 토요논술교실까지 연계해 심화된 교육활동을 특혜 제공했다.

이들에게는 일반 교실보다 더 넓은 공간에서 좋은 시설을 갖춘 자습공간을 사용하도록 해 일반 학생과 차별을 뒀다.

시험 평가 관리도 엉망이었다. 교육청은 시험 문제를 시중에 유통되는 참고서의 문제를 전재하거나 일부만 변경해 출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A고는 전체 시험 문제의 70% 이상을 문제집이나 기출문제에서 출제했다.

A고가 2017~2019학년도까지 실시한 1ㆍ2ㆍ3학년 수학시험에서 고난이도 객관식과 서술형 문항 197개 중 150개 문항이 문제집이나 기출문제와 일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지난 7월 3학년 기말고사에서는 수학동아리 학생들에게만 배부한 문제집 유인물에서 5문항이 출제돼 이미 재시험이 실시됐다. 또 2018학년도 1학년 '수학' 과목 시험도 특정 유인물 등에서 문제가 출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교육청은 “올해 기말고사 수학 '기하와 벡터' 시험에 출제된 5문항에 대해서는 지난 7월11일 광주지검에 고발했다”며 “2018년 1학년 방과후학교 수학최고급반 교재에서 평가 문항이 출제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어 교과도 2018~2019학년도 평가 문항을 조사한 결과 16개 문항이 완전 일치하거나 부분 일치해 평가의 공정성이 훼손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해당 문제들이 특정 학생에게 사전에 제공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서술형 평가의 경우 채점기준표를 문항 출제와 함께 사전 결재해야 하지만 학업성적관리위원회에서 채점기준표를 채점한 이후 결재하도록 해 교사가 채점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채점을 진행토록 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로 인해 동일 답에 다른 점수를 부여하거나 근거 없는 부분 점수를 주고 정답을 오답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교육청은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채점오류가 다수 발견돼 감사 기간 중 해당학교에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A고는 단위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권 범위를 벗어나 대학입시 중심의 부당한 교육과정을 운영한 것으로 밝혔다. 대학입시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제한해 생명과학Ⅰ, 물리학Ⅰ, Ⅱ를 필수로 지정, 운영했다. 다른 일반계 고교에서는 소수 학생만이 선택하는 물리학Ⅱ를 자연계열 전체 학생이 이수하게 해 최상위권의 내신 성적에 유리하게 하는 등 학생의 수준이나 진로를 고려하지 않은 교육과정을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술'과 '창의적 체험활동'을 영어와 수학으로 수업했고, 교양교과인 '환경'과 '환경과 녹색성장'은 과학 선택 과목으로 운영했다. A고교의 자체 규정을 살펴보면 교과 내신과 비교과 점수를 반영해 학교장 추천을 선정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비교과 영역 점수를 무시한 채 내신 성적을 중심으로 모든 대학의 성적 우수학생을 단수 추천했다. 추천 학생에 대한 증빙자료도 구비되지 않았고, 학교운영위원회 자문도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시교육청은 특별감사 결과에 따라 교장 파면, 교감 해임 등 학교 관리자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하고 관련 교사 48명에 대해서는 비위정도를 감안해 징계와 행정처분을 요구할 계획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어느 한 교직원의 개인적인 일탈이 아니라 학교차원에서 최상위권 학생들의 이른바 명문대 진학을 위해 모든 교육활동과 평가를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일반학생들은 철저히 소외시켰다”며 “조직적으로 학교를 입시학원화했다”고 밝혔다.

시 교육청은 A고교를 중점관리 대상학교로 지정해 엄격한 관리감독에 나섰다. 선택과목 강제 수강 및 우열반 편성을 금지하고, 학생 과목선택권 보장에도 힘쓰기로 했다. 이어 모든 일반계 고교를 대상으로 교육과정 운영 전반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학생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평가 길라잡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평가단계별 매뉴얼을 보급과 함께 서술형 평가의 출제와 채점의 절차 준수여부를 감독할 방침이다.

김종구 기자 sor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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