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쓸데없으면서도 신비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는 곳이 연예계입니다. ‘연예 B하인드’는 사소하고 시시콜콜하게 화제의 인물과 콘텐츠의 뒷이야기를 전합니다. 
지난 9일 방송된 tvN 에능프로그램 '삼시세끼 산촌편'에서 다음주 예고편에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 광고가 등장했다. 배우 유해진이 지난 5월 종방한 예능프로그램 '스페인 하숙'에서 '이케요'란 브랜드로 생활용품을 만들어 화제를 모은 뒤 벌어진 일이다. tvN 방송 캡처

배우 유해진(49)을 보면 늘 그의 손재주가 부러웠습니다. 유해진은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에서 매서운 섬 바람을 피해 불을 땔 수 있는 바람막이를 만들었고, 고양이를 위한 캣타워까지 제작해 방에 들였습니다. 또 다른 예능프로그램 ‘스페인 하숙’에선 식기 건조대를 비롯해 와인꽂이까지 만들었죠.

섬과 해외라고 해도 제약은 없었습니다. 유해진은 주변에서 쓰다 남은 나무 혹은 빨간색 ‘고무 대야’ 뚜껑을 재활용해 뚝딱 살림살이를 만들었습니다. 유해진에 ‘맥가이버’란 별명이 붙은 이유입니다.

만듦새가 완벽하진 않았지만, 유해진 덕분에 주방을 책임지던 ‘차줌마’(차승원)도 손을 덜곤 했습니다. 직접 만들어 쓰는 ‘손맛’은 얼마나 짜릿할까요. 공구로 무엇인가를 만들다 보면 내 존재가 돋을새김 될 것 같았습니다. 소비만 하다 생산을 하면 자립의 기쁨을 넘어 해방감까지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이어졌습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습니다. 집이나 가재도구에 말썽이 생길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전문가를 부를 수도 없는 일입니다. 유해진은 집에 난 작은 말썽은 직접 해결해 적어도 주위에서 ‘한심하다’란 눈빛은 받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손만 대면 고장 낸다’라는 말을 어려서부터 듣고 자란 기자로선 유해진의 손재주에 때론 열등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재능이 없어 누려보지 못할 즐거움 혹은 만족감이었으니까요.

유해진은 실제로 무명시절을 손재주로 버텼습니다. 극단 목화 출신인 그는 대학로에서 직접 무대 세트와 소품 등을 만들었습니다. 고2 때 배우가 되겠다고 극단에 들어가 30대 초반까지 무대를 제작했다고 합니다. 10여 년 넘게 세트를 제작하다 보니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자연스럽게 몸에 익은 만들기 습관이 배어 나온 것일까요. 유해진이 충남 조치원의 공장에서 비데 조립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건 유명한 일화입니다. 당시 유해진과 같이 공장에서 일한 동료는 류승룡이었습니다.

유해진과 일했던 동료와 제작진 등에 따르면 유해진은 직접 만든 물건에 대한 애착도 크다고 합니다. 유해진은 ‘스페인 하숙’ 촬영 때 만든 와인꽂이를 한국으로 가져왔습니다. 그가 만든 ‘이케요’의 고급 라인인 ‘블랙’ 제품이었습니다. 이케요는 유해진이 생활용품 및 가구로 유명한 스웨덴 기업 이케아의 이름을 본 따 만든, 나름의 브랜드입니다. 북유럽 감성의 한국 브랜드를 표방하며 유해진이 ‘스페인 하숙’에서 내놓은 이케요 시리즈는 당시 방송 내내 화제를 모았습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입담이 아닌 손재주로 주목 받은, 참 특이한 경우였습니다.

유해진이 일으킨 이케요 바람은 지난 9일 첫 방송된 ‘삼시세끼 산촌편(‘삼시세끼’)’으로 이어졌습니다. 다음 주 예고편에 이케아 광고가 등장했습니다. ‘삼시세끼’에 이케아가 협찬사로 들어간 겁니다. 유해진이 출연한 ‘스페인 하숙’엔 해당 업체가 협찬하지 않았습니다. 제작진 등 여러 경로로 알아보니 이케아 광고는 ‘스페인 하숙’이 끝난 뒤 ‘삼시세끼’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유해진의 이케요가 만들어낸 나비효과인 셈입니다.

시청자도 이 상황이 흥미로웠나 봅니다. 방송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이케아 협찬 웃기다. 지난번 나영석 피디(PD) 예능 ‘스페인 하숙’에서 이케요 이케요 그렇게 자주 말하더니 결국 이케아’(somyd****), ‘‘삼시세끼’에 이케아 광고 있는 거 너무 웃기다. 이케요 사장님 생각도 나고’(anbutteri****, uncu****, nopo****), ‘ ‘삼시세끼’ 산촌 협찬 이케아 실화냐’(zuishen****)등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간접광고(PPL)나 협찬사 고지가 뜨면 대부분 시청자는 눈을 돌리기 마련입니다. 그런데도 한 업체의 협찬이 프로그램 시청자 사이 회자하는 건 소위 ‘나영석 PD 사단’이라 불리는 제작진이 만드는 프로그램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스페인 하숙’과 ‘삼시세끼’는 모두 나 PD 사단이 제작했습니다. 출연자는 다르지만 프로그램 주제는 ‘여행’ ‘요리’ ‘힐링’ 등으로 같습니다. 안식이란 세계관으로 이어지다 보니 시청자도 프로그램 사이 연결고리를 찾으며 즐기고 있는 겁니다. 미국 할리우드 유명 스튜디오 마블의 콘텐츠를 소비하듯 말이죠. ‘어벤져스’ 시리즈의 본편이 끝나면 극장에 불이 켜질 때까지 앉아 마지막에 뜨는 쿠키 영상을 챙겨보는 관객 문화와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습니다.

협찬 광고가 ‘잡음’이 되지 않고 새로운 캐릭터로 재미를 준 ‘이케요 나비효과’, 대중문화 콘텐츠와 시청자의 소비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 아닐까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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