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덥고 습한 날씨에, 경부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 캐노피에 사람들이 올라가 있다. 한국도로공사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톨게이트 수납원들이다.
전국을 잇는 고속도로가 건설되며 요금수납 업무가 생겨났다. 수많은 수납원들이 채용되었다. 톨게이트라는 명확한 업무장소가 있고, 요금수납과 도로정비라는 업무내용, 도로공사라는 관리감독 사용자, 교대제에 따른 업무시간 등이 분명한 직장이었다.
수납원 업무가 비정규직이 된 것은 IMF 외환위기 구조조정부터다. 인력감축과 비정규직 전환이 계속되었다. 지금은 모든 톨게이트 수납원이 용역업체와 계약한 비정규직이다. 임금의 정체(停滯), 초과근로수당 누락, 미수금 자비 충당, 성추행이나 갑질 같은 직장 내 괴롭힘 노출 등 비정규직의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모든 문제는 고속도로 위에서 요금수납, 기기관리 및 도로정비, 기타 민원이나 사고 초기 대응을 맡은 수납원들에게도 적용되었다. 수납원들의 급여는 최저임금에 준해 간신히 올랐고, 하이패스같은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그만큼 관리와 민원 업무도 늘었지만 이는 폄하되었다. 톨게이트를 지나는 운전자들의 폭언이나 성추행, 사용자인 용역업체의 갑질이 적지 않았지만, 계약해지 걱정에 문제 제기가 어려웠다.
2013년, 수납원 500여명이 한국도로공사를 대상으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했다. 간단히 말해, 허울뿐인 용역업체가 아니라 고속도로를 관리하는 한국도로공사가 수납원들을 고용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수납원들은 2심에서도 승소했다. 이 사건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지금에 와서, 한국도로공사는 ‘한국도로공사서비스’라는 허울뿐인 자회사를 설립한 다음, 수납원들에게 이 회사에 입사하라고 강요하기 시작했다.
한국도로공사서비스는 지난 7월 1일에 허겁지겁 설립된 고속도로 통행료 수납업무 전담 회사다. 한국도로공사는 이 새로 만든 자회사가 한국도로공사와 다름없다고 주장하지만, 어디를 봐도 이 자회사는 1, 2심 패소 후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공공기관 정규직화라는 명목만 살리려고 용역업체를 사실상 하나로 통합한 것에 불과하다. 1년 동안 심도 있는 협의를 했다고 하지만, 2013년부터 시작해 소송기간만도 6년에 달한 미결사안에 1년은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자회사 형태로 인력관리를 분리하면 극단적으로는 하루아침에 회사를 없애 모든 수납원을 실직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 이미 우리는 법적으로는 사법농단까지 얽힌 KTX 승무원 사건이라는 공공부문 대법원 판례를 경험했고, 현실에서는 해고 대신 간단히 폐업하는 2차, 3차 인력관리업체나 용역업체를 수없이 본다.
게다가 한국도로공사서비스는 아직 공공기관도 아니다. 대체 어떤 회사인지 분명치 않다. 이 자회사가 요금수납만을 독점 수행한다는데, 그러면 수납원들이 요금수납 외 1차적인 사고대응이나 고속도로 현장 민원은 외면해도 될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업무가 그렇게 칼로 자르듯 나뉠 수 없다. 고속도로라는 공간의 특수성을 생각하면, 수납원 간접 고용으로 얻는 약간의 이익은 공공기관이 갖고, 이로 인해 증가한 위험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시민의 몫이 되리라는 걱정도 있다.
고공 농성이나 파업은 대개 최후 수단이다. 도저히 양보할 수 없거나 백 번을 생각해 봐도 역시 부당하고 억울한 일이 소위 ‘강경 투쟁’ 사건이 된다. 계약해지통지를 받은 수납원 중 약 천오백 명이 자회사와 계약하지 않았다. 천오백 명. 생계는 불안하고 정부는 거침없지만, 그래도 도저히 자회사와 계약할 수 없었던 천오백 명의 수납원들, 소송을 6년이나 계속했고 심지어 이겼는데도 아직 법원 판결대로 ‘직접고용’되지 못한 수납원들이, 톨게이트 위에 있다.
정소연 SF소설가ㆍ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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