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정이 12일 스코틀랜드 노스 베리크의 르네상스 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스코틀랜드 여자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우승컵을 손에 들고 미소를 짓고 있다. 노스 베리크=AP 연합뉴스

스코틀랜드인 캐디와 함께 스코틀랜드 오픈 우승. 이보다 더 멋진 우연이 있을까.

허미정(30ㆍ대방건설)이 12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노스 베리크의 르네상스 클럽(파71ㆍ6,293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에버딘 스탠다드 인베스트먼트 스코틀랜드 여자 오픈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6타를 기록, 최종 합계 20언더파 264타의 성적으로 정상에 올랐다. 2014년 요코하마 타이어 클래식 이후 5년 만의 개인 통산 3승째다. 허미정은 “너무 오랜만의 우승이라 얼떨떨하다”며 “지난 시즌은 너무 힘든 한 해였는데, 이번 우승으로 부진했던 기억을 다 씻어버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허미정의 캐디 개리 마셜은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대회가 열린 르네상스 클럽에서 집까지 거리가 30분밖에 되지 않는 이 지역 토박이다. 마셜은 2003년부터 캐디 생활을 시작한 베테랑으로, 유러피언 투어에서 주로 활동하다 지난해부터 허미정과 호흡을 맞춰 오고 있다. 허미정은 “1라운드 1번홀 버디 이후 보기 2개를 연속해서 범해 화가 났었는데 개리가 4번 티 박스에서 ‘이봐, MJ. 넌 이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어’라며 달래줬다”며 “그 덕분에 많이 진정이 됐다”고 공을 돌렸다. 마셜은 대회 내내 노스 베리크의 강한 바람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대표 출신 허미정은 데뷔 초 176㎝의 큰 키에 유난히 팔이 길어 골프를 위해 태어난 체형으로 주목 받았다. 2009년 데뷔 첫 해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후 부침을 겪었다. 3년간 스윙 교정으로 몸에 뱄던 페이드 구질을 드로 구질로 바꾸며 2014년 정상에 섰으나 다시 5년간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허미정은 “2017년이 내 커리어 사상 가장 경기력이 좋았던 한 해였지만 한 번도 우승을 못했다”면서 “이후 지난해까지 성적이 좋지 않아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허미정(왼쪽)이 11일 스코틀랜드 노스 베리크의 르네상스 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스코틀랜드 여자 오픈에서 우승을 확정 지은 뒤 남편(가운데)와 포옹을 하고 있다. 노스 베리크=AP 연합뉴스

지난해 결혼은 그에게 반전의 계기였다. 허미정은 “가족과 함께 보낸 시간 덕분에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다시 골프를 즐길 수 있게 됐다”고 고백했다. 허미정의 남편은 지난달 에비앙 클래식부터 3주간 유럽 일정을 동행하며 그에게 큰 버팀목이 돼줬다. 이날 우승이 확정되자 부리나케 달려 나와 허미정과 격한 포옹을 하는 등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허미정은 “남편과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는데 옆에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며 “코스에서 친구처럼 대화도 많이 하고, 연습할 때 스윙이나 퍼팅도 봐주는 등 다방면으로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허미정의 우승으로 올해 한국 선수들은 LPGA 투어 23개 대회에서 11승을 합작하며 ‘한국 강세’를 이어갔다. 신인왕을 예약한 이정은(23ㆍ대방건설)도 이번 대회에서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를 기록, 모리야 쭈타누깐(25ㆍ태국)과 함께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허미정이 11일 스코틀랜드 노스 베리크의 르네상스 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스코틀랜드 여자 오픈 4번홀에서 세컨드 샷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허미정의 캐디 개리 마셜. 노스 베리크=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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