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 자연사박물관을 찾은 어린이 관람객들이 전시된 나비 표본을 훼손하면서 날개를 찢고 있다. 우한자연사박물관 웨이보 캡처

“아이들이 먹고 뛰고 전시물을 만진다 한들 뭐가 대수냐.”

이달 초 중국 광둥(廣東)성 박물관의 방명록에 적힌 글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박물관을 찾은 학부모가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라며 남겨 놓은 항의표시다. 그러자 박물관 측은 곧바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 계정에 “박물관 규정은 타인에 대한 존중을 담고 있다”면서 “아이가 제대로 예절을 실천하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철없는 부모의 투정쯤으로 치부한 듯하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인터넷에 공개되자 의외의 찬반 논란으로 번졌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평소 내색하지 않던 일부 부모들이 동조하고 나선 탓이다. “진품으로 가득한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도 그림을 만져보는 곳이 있다”는 반론을 비롯해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 독일 뮌헨 국립박물관, 미국 샌프란시스코 과학박물관 등 체험코너를 갖춘 세계 유수의 박물관을 거론하며 개선을 촉구했다. “박물관의 세계적 흐름이 보는 것에서 만지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이들 부모의 하소연이다.

중국은 박물관 천국으로 통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에 5,354곳의 박물관이 있다. 연간 관람객은 중국 전체 인구(14억명)와 맞먹는 11억2,600만명에 달한다. 중국인 개개인이 매년 평균 한 곳의 박물관을 찾은 셈이다. 반면 박물관에 다녀온 상당수 부모들은 아쉬움을 느낀다. 박물관 특유의 엄숙한 분위기에 눌려 아이들이 교육과 경험은커녕 흥미를 잃어 집에 가자고 떼를 쓰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물론 공공규범에 반하는 이 같은 의견은 여전히 소수일 뿐이다. 1만1,000명을 대상으로 한 웨이보 설문 결과 65%는 ‘모든 방문객이 박물관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응답했다. 3,300명은 ‘아이들이 규정을 어기면 부모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아이들을 예외로 해야 한다’는 응답은 130명에 그쳤다. 지난달 중국 우한(武漢) 자연사박물관에서는 어린이들이 나비 표본의 날개를 찢는 바람에 공분을 산 전례도 있다. 더구나 중국은 제멋대로인 이들 ‘씨옹하이즈(熊孩子)’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적지 않다. 곰(熊)과 아이(孩子)의 합성어로, 소란을 피우고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버릇없이 자란 세대’를 뜻한다. 이들 아이에 대한 반감이 얼마나 컸던지, 올해 초 춘절(우리의 설)을 앞두고 열차에 아이가 타지 않는 ‘노 키즈 존(No Kids Zone)’ 객실 도입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여론이 들썩이자 국영방송은 토론회를 열었고 온라인에서는 수천 명의 논객이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면서 조회수가 1억 건을 웃돌았다.

이처럼 ‘아이들의 자유’는 중국의 새로운 골칫거리다. 이에 “박물관 에티켓 교육을 강화하되 참여형 쌍방향 프로그램을 늘리자”는 절충안도 나왔다. 그러나 아직은 별다른 반향이 없다. 문명사회를 기치로 내건 중국이 무례와 예절 사이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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