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조현병학회ㆍ한국일보 공동 기획] ‘조현병 바로 알기’ ⑬박일호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약을 먹는 이득이 훨씬 큰데도 불구하고 약간의 부작용을 피하려 약 복용을 꺼리는 조현병 환자가 적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약을 먹으면 졸리고 멍해서 먹기 싫어요. 그래서 안 먹었어요.”

조현병 환자 진료 때 흔히 듣는 말이다. 환자들은 본인의 증상이 얼마나 나아졌는가를 말하기보다 약을 먹고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조현병 치료를 위해 감내해야 하는 약물 부작용이 환자들에게는 큰 고역인 것이다. 사실 조현병 치료에 따른 약물부작용은 그 종류가 많기는 하지만 치료를 중단해야 할 정도의 심각한 부작용은 매우 드물다.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암 환자들이 엄청난 고통을 주는 항암제를 기꺼이 사용하는데 비해, 생명과 무관하며 병 인식도 부족한 조현병 환자들은 약간의 불편이 되는 부작용조차 감내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조현병 치료제는 ‘항정신병약물’이다. 이 계통 약물의 시작은 1951년 시판된 클로르프로마진이다. 이후 할로페리돌을 포함한 많은 약물들이 개발되어 치료제로 사용되었다. 이 1세대 항정신병약물들은 조현병 치료의 지평을 열기는 했지만, 부작용도 많았다. 치료 메커니즘의 핵심이 뇌에서 도파민 수용체 차단인데, 다른 부분에도 작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나타난다. 표적 중앙에 정확히 총알을 맞힐 기술이 부족하면, 기관총으로 표적 근처에 총알들을 쏟아 붓는 것이 대안이다. 1세대 항정신병약물들은 표적 전체에 작용하여 치료 효과뿐 아니라 감내해야 할 부작용도 양산하였다.

대표적인 부작용은 도파민 수용체 차단에 따른 추체외로증상이다. 이는 눈이나 목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급성 근긴장이상증, 움직이려는 강한 충동으로 안절부절 못하는 불편감과 불쾌감을 초래하는 좌불안석증, 느린 행동과 경직된 자세, 몸의 떨림으로 대표되는 파킨슨병 유사 증상 등을 일컫는다. 약을 수년간 장기 복용했을 때 입, 혀, 턱 등에 이상한 움직임이 생기는 지연성 운동장애도 추체외로증상의 하나이다. 도파민 이외의 다른 신경전달물질 시스템에 작용하여 나타나는 부작용도 흔하다. 여성에서 생리불순이나 무월경, 골다공증 위험성, 남성에서 성욕감퇴, 발기부전, 유루증 등을 일으키는 고프로락틴혈증이 대표적이다. 말초성 항콜린성 부작용으로 입마름, 변비, 배뇨장애, 눈이 흐리게 보임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과도한 진정작용 역시 문제가 되어 졸림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부작용을 해결하려면 항콜린성 약물, 진정제, 변비약, 배뇨촉진제 등의 부작용 개선제를 복용해야 한다. 상당수 조현병 환자들이 여러 가지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 개선제들도 그들만의 약물 부작용을 갖고 있어 부작용 개선을 위해 감내해야 할 새로운 부작용이 생기는 문제가 있다.

2000년대 이후에는 2세대 항정신병약물들이 개발되어 사용되면서 부작용에 획기적인 개선이 이루어졌다. 이 계통의 약물들 역시 상기한 부작용들을 나타내기는 하지만 그 정도가 상당히 약화되었음은 분명하다. 그래서 1세대 약물을 복용하던 과거의 환자들이 추체외로증상에 따른 외관상 약물 부작용을 확연히 보였던 데 비해 2세대 약물을 복용하는 요즘의 환자들은 별다른 외관상의 변화를 나타내지 않는다. 기관총 같은 역할도 줄어 들어 표적에 더 정확해졌다. 그래서 추체외로증상 이외의 다른 부작용도 줄어들어, 많은 약물들을 동시에 복용해야 하는 경우도 줄었다. 그러나 약물 별로 부작용 양상이 서로 다르고, 환자마다 부작용 감내 정도가 다르므로, 어떤 약이 어떤 환자에게 잘 맞을지에 대하여는 전문적 판단을 필요로 한다.

1세대 약물 시대에는 별 문제가 아니었는데, 2세대 약물이 보편화되면서 부각된 약물 부작용도 있다.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비만 같은 대사증후군이 대표적이다. 환자들은 식욕이 늘어 주체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하고, 별로 많이 먹지 않는데 살이 찐다고 말한다. 이들에게 다이어트와 운동의 병행이 필수이지만, 동기가 부족한 음성증상을 가진 환자들에게는 공염불이 되어 대사증후군 노출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주기적인 체중검사와 혈액검사가 필요하다. 필요에 따라서는 대사증후군 치료 약물을 복용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런저런 부작용 때문에 항정신병약물을 복용하기에 부담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약을 복용하지 않아서 생기는 증상 악화에 따른 부작용에 비길 바가 아니다. 그러므로 약을 복용함에 따라 부작용이 좀 따르더라도 절대로 중단해서는 안 된다. 다행히 부작용이 많지만, 약을 중단해야 할 정도의 치명적인 부작용은 극히 드물다. 고열, 빈맥(頻脈), 근육강직 등을 일으키는 항정신병약물 악성증후군, 심장 기능 이상, 면역 기능 저하 등을 일으켜 위험한 상황이 오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이는 특이체질인 극히 일부의 환자에서 예외적으로 발생할 뿐이다.

“약을 먹으면 머리가 나빠지지 않나요?” 이 역시 환자나 보호자들이 흔히 하는 질문이다. 실제로 환자들이 멍한 느낌과 기억력/집중력 저하를 느끼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런 질문이 당연할 수 있다. 일부 환자들은 약이 뇌세포를 파괴하여 치매를 일찍 일으킬 것이라고 걱정한다. 그러나 항정신병약물이 머리를 나쁘게 한다는 어떠한 근거도 과학적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 없다. 오히려 근래 사용되는 2세대 항정신병약물들이 기억력/집중력을 포함한 인지기능 개선에도 효과적일 수 있음이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다.

요즈음은 인터넷 검색으로 약물에 대한 많은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고, 소셜미디어나 블로그 등을 통해 자신의 약물 경험을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 사람들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위험성에 대한 정보를 절대적이라고 생각하여 항정신병약물 부작용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경향이다. 약에 대한 과도한 걱정은 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불가피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약이 주는 기능 회복과 사회 복귀라는 장기적 이득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박일호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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