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 패션’ 안 되려면
저비용항공사 티웨이항공의 남성 직원들이 반바지에 티셔츠, 샌들 등 시원한 복장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 항공사는 지난달 15일부터 여름철 반바지와 샌들 복장을 허용하고 있다. 티웨이항공 제공

연일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9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패션회사 남성 직원(200명) 중 70% 이상이 반바지를 입고 출근했다. 반바지에 재킷을 입은 정장차림부터 야구모자와 슬리퍼를 신은 편안한 차림까지 각양각색이었다. 이 회사 직원인 한모(31)씨는 “민소매나 원피스를 입는 여성 직장인들처럼 남성들도 반바지를 입는 게 시원하고 편안하다”며 “패션회사여서 그런지 다른 사람 시선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입고 다닌다”고 말했다.

지난달 8일 경기 수원시청 로비에서 열린 '즐거운 반바지 패션쇼'에서 모델로 나선 시청 공무원과 직장운동부 소속 선수들이 다양한 반바지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실용성과 개성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

폭염에 남성 직장인의 출근길이 달라지고 있다. 넥타이를 풀고, 재킷을 벗는 수준이 아니라 휴가철 복장에 가깝게 반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슬리퍼 신은 채 출근하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장 일색이었던 남성 직장인 복장은 1999년 CJ를 시작으로 2000년대 들어 삼성, SK, LG 등 민간기업들이 줄줄이 ‘비즈니스 캐주얼’을 도입하면서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노타이에 반팔 와이셔츠, 면바지 등 남성 직장인들의 패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모직 등 고전적인 소재에서 벗어나 통풍이 잘되면서도 가볍고 부드러운 린넨, 시어서커 등 신소재도 남성 직장인들에게 해방감을 안겨줬다.

최근 몇 년 새 여름철 기온이 40℃에 육박할 정도로 폭염이 이어지면서 직장 남성 패션의 마지노선이었던 바짓단마저 짧아졌다. 민간기업들뿐 아니라 2012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부산시, 경기도, 강원도, 수원시, 창원시 등 공공기관에서도 에너지 절감 정책 일환으로 여름철 반바지에 샌들 등 시원한 옷차림(쿨비즈룩)을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바지가 허용된 SK에 근무하는 박모(40)과장은 “회의나 외부미팅이 없는 날 좀 간편하게 입고 일하고 싶을 때 반바지를 입고 출근한다”며 “꽉 죄는 정장보다 신경이 덜 쓰여 일할 때도 편안하다”고 말했다.

단지 폭염에 따른 실용성 때문에 반바지를 입는 것은 아니다. 기성 세대와 달리 개성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의 사회진출이 본격화된데다, IT관련 신생 기업들이 늘어난 영향도 크다. 국내 IT기업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김모(29)씨는 “업계 특성 때문인지 반바지를 입는 남성 직원들이 대부분”이라며 “업무성과와 직원 복장은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유서비스업체에 다니는 이모(32)씨도 “반바지가 예의 없어 보인다는 건 편견일 뿐이다”며 “반바지도 나를 표현하는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고 했다.

출근 복장으로 손색없는 반바지 정장도 인기다. 김상원 수트서플라이(한남점) 대표는 “해외에서 반바지 정장이 인기를 끌면서 올해 국내 반바지 정장 판매량도 2배이상 늘어났다”며 “출근할 때 외에도 외출용이나 데이트용 등으로 시원하면서도 갖춰 입을 수 있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바지를 입고 출근할 때 좀 덜 신경 쓰려면 아예 반바지 정장을 고르는 것도 한 방법. 길이는 무릎 위의 기장을, 상의는 긴 팔 셔츠나 재킷을, 신발은 운동화나 스니커즈, 로퍼를 추천한다. 수트서플라이ㆍ삼성물산 제공
◇길이는 무릎 위로, 상의는 긴 팔, 신발에도 신경을

‘반바지는 격식에 어긋난다’는 편견을 극복하고 용기 내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기로 결심했다면 깔끔하게 입는 것이 관건이다. 색상과 소재, 길이는 물론이고 신발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기존 남성 반바지는 길이가 무릎 아래까지 살짝 내려오는 것이 대다수였지만 올 여름에는 무릎 위로 살짝 올라오는 ‘하프 팬츠’가 대세다. 실제 활동하기에 시원하고 편안할뿐더러 하체가 짧거나 굵은 남성들의 체형을 보완하기에도 좋다. 불결해 보인다는 지적이 걸린다면 다리 제모를 고려하는 게 좋다.

기존에는 모직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통풍이 잘 되고 가벼운 소재들이 많다. 출근복이 휴가철 패션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펑퍼짐하지 않게 형태가 잘 잡히는 소재를 고르는 게 좋다. 튀지 않게 무난하게 소화하려면 무늬나 패턴이 없는 단색을 추천한다. 하늘색이나 베이지색 등 밝은 색상이 더 깔끔한 느낌을 준다. 대신 상의로 격식과 개성을 조절할 수 있다. 좀 더 격식을 차리려면 긴 팔 린넨 셔츠에 재킷을 입고, 넥타이를 매면 정장처럼 갖춰 입은 인상을 주면서도 답답하지 않은 청량감을 줄 수 있다. 개성을 드러내고 싶다면 패턴이 들어간 셔츠나 색감이 강한 티셔츠, 부드러운 소재의 니트를 선택해 편안하면서도 멋스럽게 연출할 수 있다. 김형준 LF헤지스 디자인실장은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와 개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합쳐지면서 과감하게 반바지를 선택하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반바지가 파격적이라면 린넨 셔츠 등 상의를 무난하게 선택하면 과해 보이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발목과 종아리를 노출하는 반바지를 입을 때는 발목 아래도 신경 써야 한다. 발목 위로 올라오는 긴 양말을 신으면 하체가 더 짧아 보일 수 있다. 샌들을 신으면 오히려 패션에 신경을 안 쓰는 일명 ‘아재(아저씨) 패션’이 될 수 있으니 스니커즈와 로퍼, 운동화 등을 신는 게 좋다. 되도록 양말은 보이지 않게 발목 양말을 신거나 안 신는 게 깔끔하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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