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일본 문화에 친숙하고 호감도 높지만 불매운동 참여 76%에 달해 
 SNS 통한 정서적 동조ㆍ강화 현상… 윤리적 소비 경향이 파급력 키워 
8일 오전 서울시내 한 문구용품점 볼펜코너의 국산 필기구에 '태극기' 표식이 붙어있다. 밀레니얼 세대에 불고 있는 일본 필기구 불매 운동의 영향이다. 박지윤 기자

‘#가지않습니다 #사지않습니다.’ 일본 아베 정부의 무차별적 경제도발 직후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점령한 해시태그다. SNS의 해시태그 운동은 유니클로 등 일본 패션브랜드의 매출 급락과 일본행 항공노선 취소 등 걷잡을 수 없는 현실의 반일운동으로 이어졌다.

SNS의 해시태그 운동을 주도한 세대는 다름 아닌 2030 밀레니얼(Millennial). 정보기술(IT)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밀레니얼은 이뿐 아니라 SNS 프로필 사진에 ‘NO JAPAN’ 배너를 걸어 공유하는 등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방식으로 반일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한일관계가 악화할 때마다 일본대사관 앞으로 몰려가 일장기를 소각하거나 오물을 투척하는 등 과격한 행동으로 감정을 분출하던 과거 세대와는 다른 방식이다. 일제 식민시대를 경험하지 않았고 일본의 앞선 기술에 주눅들 이유도 없는 밀레니얼 세대가 행동에 나서면서 반일 운동의 흐름도 완전히 달라졌다.

 ◇반일운동 전면에 선 밀레니얼 

2000년 전후에 태어난 밀레니얼은 흔히 반일 의식이 약하다고 알려져 있다. 과거 세대와 달리 일본에 대한 열등감이 없고 일본 문화에도 친숙하기 때문에 일본에 대해서는 도리어 호감도가 높다. 실제 한국갤럽이 일본의 경제도발이 시작된 7월1일 직후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20대는 51%가 일본인에 대한 호감을 표시했다. 일본인에 대한 호감도는 30대에서 40%, 40대는 41%, 50대는 43%. 60대 이상에서 32%로 노년층일수록 낮아졌다.

하지만 일본의 경제도발이 시작된 뒤로 밀레니얼을 포함한 2030세대는 반일의 최전선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 등을 이끌고 있다. 특히 SNS의 반일운동은 밀레니얼이 주도하고 있다. 오래 전 계획했던 오사카행 비행기와 호텔 예약을 최근 취소했다는 대학생 최지희(22)씨는 SNS에 "NO JAPAN" 배너를 게시하면서 적극적 반일에 나선 경우. 그는 “’가지않습니다’ ‘사지않습니다’라는 해시태그를 덧붙이자 '좋아요' 숫자가 순식간에 1,300여개로 폭주했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반일을 고민하다 행동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SNS에서 확산하고 있는 일본 불매 운동. SNS 캡처

밀레니얼의 반일에는 IT가 빠지지 않는다. 유튜브에는 10대들 100명이 출연해 일본에 한마디씩 하는 영상 등이 올라오고, 온라인 여행 동호회는 예약한 여행 취소 인증샷을 올리는 식이다.

밀레니얼의 반일 행동은 일본이 경제도발의 강도를 높일수록 더욱 수위를 높여갔다. 한국갤럽이 7월초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일본 보이콧 운동에 참여하겠다는 20대의 응답률은 66%였다. 60대 이상(59%)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발표하기 직전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20대의 참여의사가 76.1%로 높아졌다. 60대 이상에서 44.8%로 보이콧 참여의지가 크게 꺾인 것과는 완전 다른 양상이다.

 ◇일본에 열등감 없어 과감하다 

밀레니얼 세대가 이처럼 반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해석된다. 우선 일본에 대한 열등감이 없는 세대라는 설명. 기성 세대에게 일본은 한국과 비교도 안 되는 선진국이었지만 밀레니얼에게 한일은 모든 면에서 격차가 없는 관계라는 것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들 입장서 볼 때는 한국이 전혀 일본보다 못하는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가 마치 가난한 동네 이웃 다루듯 대하니까 불만을 갖고 화를 내는 현상이 커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편적 인권 문제에 공감하는 젊은 세대의 특성도 반영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최근 미투 운동과 연결돼 파급력이 컸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 등은 젊은 세대가 공감하는 보편적 인권의 문제”라며 불매 운동의 파급력이 컸던 배경을 설명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20대는 윤리적 소비에 호응하는 경향도 크다”면서 “SNS를 타고 일본의 반인도적 행태에 대한 분노가 번지면서 젊은 소비층의 광범위한 동참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일본제품 불매운동_신동준 기자/2019-08-08(한국일보)
 ◇목표는 일본 국민 아닌 ‘반 아베’ 

밀레니얼이 가세하면서 반일운동의 흐름과 방향도 완전히 달라졌다. 우선 반일의 목표를 일본 사람이나 또는 일본 문화 전체로 두지 않고 경제 보복을 주도한 아베 총리에 집중하고 있다. 6일 서울 중구청이 서울 시내 한 복판에 ‘노 재팬’ 깃발을 내걸었다가 “노 재팬(NO JAPAN)이 아니라 노 아베(NO ABE)여야 한다”는 집중견제를 받은 것이 대표적인 흐름의 변화다.

생활 속 반일 실천도 밀레니얼의 특징으로 꼽힌다. 박새롬(25)씨는 “일본어가 써있으면 바로 돌아서지만 일본 제품인지 헷갈리면 스마트폰으로 바로 찾아본다”며 “기업들의 일본 지분 얘기가 분분한데 ‘지분이 절반 이상인 기업의 제품은 웬만해선 안 쓴다’는 내 나름의 기준을 세워뒀다”고 말했다.

일제 필기구를 애용했던 대학생 김모(22)씨는 “대체할 만한 국산 볼펜을 찾고 있다”며 “막상 안 쓰려고 하니 아무 생각 없이 무심코 사용했던 일본 제품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고 밝혔다.

더 이상 광장에서 세 과시를 하지 않는다는 점도 변화의 양상이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 이후 첫 주말이었던 지난 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1만5,000여명의 성난 시민들이 몰렸지만 20, 30세대보다는 50대 이상이 주를 이뤘다. 최진봉 교수는 “기성 세대의 반일 운동에 기본적으로 과격한 요소가 많았다면 현재 젊은 층은 자발적인 놀이 문화처럼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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