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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제조용 가스배관 부품 국산화… 15년간 1조원대 수입대체 효과

입력
2019.08.08 04:40
수정
2019.08.08 06:5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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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극복한 ‘산업의병’들] <4> 부품 소재 전문기업 ‘아스플로’ 

아스플로 연구원들이 반도체 제조용 가스 운반 배관 부품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스플로 제공
아스플로 연구원들이 반도체 제조용 가스 운반 배관 부품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스플로 제공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할 만큼 핵심 산업이지만, 소재와 부품, 장비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 일본의 경제 보복 같은 외부 변수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율은 18%, 소재와 부품은 5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기술력이 뛰어난 장비ㆍ부품 관련 기업을 육성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한다. 국내 최초로 반도체 제조용 가스 운반 배관 부품을 국산화한 ‘아스플로’가 좋은 예다.

경기 화성시에 사업장을 가진 아스플로는 지난해 580억원의 매출을 올린 중소기업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국내 반도체 산업의 성장에 끼친 공은 결코 작지 않다. 지난 15년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부품을 납품하며 1조원 이상의 수입 대체 효과를 올렸기 때문이다.

2000년 부품소재 전문 기업으로 출발한 아스플로는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각종 가스와 화학물질을 이동시키는 배관 부품을 만들고 있다. 이런 배관 부품은 반도체 공정용 가스의 높은 순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깨끗해야 하고 부식성이 강한 가스가 쉴새 없이 드나들어도 부식되지 않아야 한다. 일부 제품은 지름이 6㎜에 불과할 만큼 얇으면서도 길이는 4~6m의 크기로 제작해야 하는데, 그 좁고 긴 관의 내부가 티끌 하나 없는 거울처럼 깨끗해야 한다.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이 오랫동안 일본과 미국 부품 수입에 의존했던 이유다.

금속 분야 엔지니어였던 강두홍 대표는 반도체 분야의 성장성을 내다보고 부품 국산화에 뛰어들었다. 정부 지원을 받은 강 대표는 당시만 해도 모든 제품을 수입에 의존했던 반도체 공정용 고청정 강관 개발에 나섰다. 품질을 인정받아 2005년 삼성전자에 납품하게 됐고, 이듬해인 2006년엔 SK하이닉스의 협력업체로 등록됐다. 박만호 아스플로 연구소장은 “우리가 국산화하기 전만 해도 대부분 일본 제품을 수입해서 쓰고 있었다”며 “국산화를 이룬 결과 부품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고객사도 생산 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스플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각각 15년, 14년간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박 소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뢰를 계속 받을 수 있었던 건 우리만의 특화된 기술력도 있지만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사의 개발 요청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스플로는 강관 제품에 머물지 않고 국산화 부품을 하나둘 늘려갔다. 반도체 공정용 강관에 이어 가스의 압력을 조절하는 레귤레이터, 가스의 출입을 조절하는 밸브, 이물질을 걸러주는 필터 등을 개발해 국산화했다. 정밀가공과 표면처리, 특수용접 등에 특화된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강 대표는 “아스플로가 제조하는 모든 제품은 국산화 1호로 구성돼 있다”며 “국내 기업은 물론 해외 반도체 장비 업체에도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스플로 강두홍 대표. 아스플로 제공
아스플로 강두홍 대표. 아스플로 제공

아스플로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기술혁신개발사업으로 반도체 공정용 디퓨저 멤브레인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반도체 공정에서 진공 상태를 해제할 때 초고속으로 유입되는 가스를 분산시켜 충격을 완화하는 부품인데 일본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제조 기술을 갖게 됐다. 이 역시 국산화로 부품 원가를 30~40% 가량 줄일 수 있게 됐다.

아스플로는 수소자동차, 바이오 등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극고압의 수소를 이동시켜야 하는 수소차 내부 부품과 제약 공정에서 필요한 고청정 부품을 개발중이다. 강 대표는 “정밀가공, 표면처리, 특수용접 등 제품 생산 전반에 걸친 기술을 모두 확보하고 있는 것이 우리 경쟁력”이라며 “이 같은 기술력을 토대로 수소차ㆍ바이오ㆍ미래 에너지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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