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반도체 등 주요 산업 부품ㆍ소재의 국산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은 일본 의존 품목의 국산화와 조달 다변화를 적극 모색 중이다. 정부도 향후 5년 내 100대 핵심 전략 소재ㆍ부품ㆍ장비의 안정적 국내 공급 실현을 위한 대대적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나아가 학계에서도 카이스트(KAIST)가 일본 의존 원천기술의 국산화를 돕기 위해 나선데 이어 서울대도 공학컨설팅센터에 특별전담팀을 구성, 중소ㆍ중견기업 기술 개발 지원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기술력이 탄탄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공생이 가능한 나라는 어떤 경제적 부침이나 산업 침략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철칙이다. 벤츠와 보쉬가 협력하는 독일, 도요타와 덴소가 상생하는 일본이 이를 입증한다. 우리가 그동안 강소기업에 주목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구호만 요란했을 뿐 얼마나 내실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국내 중소기업이 자체 개발해도 대기업이 손쉬운 해외 조달에 의존하거나, 심지어 원천기술을 가로채 중소기업을 망하게 만드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강소기업의 중요성을 역설한 베스트셀러 ‘히든 챔피언’을 쓴 독일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의 중소기업은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술적 노하우를 갖고 있다”면서 “대기업의 그늘 밑에서 공급업체로 머무는 데서 벗어나 자신의 글로벌 세일 조직을 갖추고 국제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용기와 에너지를 가지라”고 충고했다. 중소기업이 국내 자생력을 갖는 것은 물론 해외 진출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주문이자 정부가 정책으로 이런 환경을 조성하고 뒷받침해야 한다는 의미다.
기술력을 앞세운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벌어지고 있는 한일 간 격전이 결국 국내 강소기업 육성으로 이어진다면 이번 사태는 한국의 승리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려면 중소기업과 상생하려는 대기업의 인식 전환, 중소기업 육성과 해외 진출을 돕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ㆍ예산 지원이 절실하다. 장기적으로 인재들이 중소기업으로 흘러갈 수 있게 만드는 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해소 등 우리 사회의 고질적 양극화 구조도 고쳐나가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