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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일본 여행 포기가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

입력
2019.08.07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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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16세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9월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회의에 비행기 대신 태양광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가겠다고 지난달 29일 말했다. 연합뉴스
스웨덴의 16세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9월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회의에 비행기 대신 태양광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가겠다고 지난달 29일 말했다. 연합뉴스

일본 여행을 가지 말자는 운동이 거세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 달 생애 처음으로 일본으로 가족여행을 준비하고 기대에 부풀어 있던 한 선배가 고심 끝에 위약금을 감수하고 일본행을 취소했다고 한다. 오래 전 정해진 일정인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고 주변에서 말렸지만 결국 국내 여행으로 대신하기로 했단다. 다행히 좋은 국내 여행 프로그램을 소개받아 만족하며 휴가를 보냈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다른 의미로 비행기를 타지 말자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기후 위기에 대비하자는 운동의 아이콘이 된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는 비행기를 타지 않는다. 비행기가 온실가스 배출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1㎞ 이동하는 동안 비행기를 이용할 때 배출하는 온실가스(285g)는 자동차(158g)의 두 배에 가깝고, 기차(14g)의 20배가 넘는다. 이번달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회의에 초청을 받은 그레타는 비행기 대신 태양광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기로 했다.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거론되는 그레타의 ‘비행기 안타기’ 선언은 또 하나의 운동이 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이를 ‘플뤼그스캄(flygskam)’이라고 한다. 비행기 타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의미이다. 환경을 연구한답시고 두세 달이 멀다 하고 비행기 출장을 다니는 필자 같은 사람이 바로 그에 해당한다.

비행기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기준으로 전 세계 배출량의 2.4%를 차지한다. 작년에만 9억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고, 매년 증가율이 23%라고 한다. 30년생 소나무 한 그루가 연간 6.6㎏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데, 비행기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려면 1,360억그루의 소나무가 필요한 셈이다.

그 선배가 일본 여행을 갔다면 최소 왕복 2,500㎞ 비행기 여행을 했을 터이다. 30년생 소나무 108그루가 일년 동안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에 해당한다. 일본 여행을 포기하는 대신 30년생 소나무 108그루를 심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일본 여행 대신 더 먼 나라로 휴가를 가면, 훨씬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질 것이다.

일본 여행을 취소하려면, 다른 먼 나라로 가지 말고 국내 여행으로 바꿔 지구의 부담을 줄여주면 어떨까? 아마도 국내에 이렇게 멋있는 곳이 있었나 하고 깜짝 놀라는 새로운 발견을 덤으로 얻을 수도 있다. 물론 국내 여행 산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비행기 요금이 들더라도 국외 여행이 바가지 씌우는 국내 여행보다 훨씬 저렴하고 실속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플뤼그스캄’ 운동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유럽은 인근 국가들로 기차나 자동차로 쉽게 갈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기차나 버스를 타고 다른 나라로 가기 힘들다. 위로는 북한에 막혀 있고, 나머지 삼면은 바다에 둘러싸여 있다. 유럽처럼 기차를 타고 국외 여행을 다닐 수 없기 때문에, 비행기를 탈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비행기를 자주 타야 하는 사람들이 부끄러움을 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프랑스 교통부는 내년부터 프랑스 공항을 이용하는 모든 비행기에 3~18유로의 환경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대신 그것을 상쇄할 수 있는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탄소세의 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우리는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올 여름 국외 여행을 변경하는 사람이 많다. 앞으로는 여행계획을 세울 때, 탄소 발자국을 여행지 선택의 중요 요인으로 포함시키자. 폭염을 피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비행기 여행보다는 기차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생태관광을 고려해 보자. 국내 생태관광이 활성화되면 연간 15조가 넘는 관광 수지 적자도 줄이고, 국내 관광산업도 살아날 수 있다. 부득이 비행기 여행을 해야 한다면 온실가스를 상쇄하는 단체들의 활동에 자발적 탄소세를 내보면 어떨까?

최동진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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