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1월 1일 권력을 장악한 피델 카스트로 쿠바 혁명정부는 이듬해 8월 7일 외국 기업과 외국인(망명 쿠바인 포함)의 국내 자산 몰수를 선언했다. 혁명 이념에 따르면 그들 기업은 인민과 국토 자원을 착취해온 제국주의의 주체이자 도구였고, 개인은 그 하수인이거나 반혁명분자였다.
2015년 오바마 행정부가 양국 관계 정상화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현안 중 하나가 45년 전 몰수당한 재산 환수와 해당 자산을 통해 이익을 얻어 온 유럽 등 서방 관련 기업들에 대한 배상 청구 문제였다. 몰수 재산 가치는 1972년 미 법무부 추산 약 6,000여건 19억달러 규모였고, 이자를 감안하면 80억달러에 달했다. 쿠바 전기회사, 북미 설탕주식회사, MOA탄광회사, 유나이티드 프룻, 슈가컴퍼니 등이 대표적이고, 코카콜라나 콜게이트의 현지 법인 자산도 있었다.
양국 관계가 험악하던 시절에도 간접적 공방은 있었다. 쿠바 정부의 입장은 언제나 단호했다. 혁명 전 사정은 덮어두더라도, 혁명 이후 근 반세기 동안 지속된 미국의 경제 제재로 쿠바가 입은 손해는 어떻게 배상할 것이며, 1961년 4월 피그만 공격의 인적ㆍ물적 손실은 또 어떻게 할 것이냐는 거였다. 쿠바 정부는 그 피해를 돈으로 환산하면 최소 1조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쿠바와의 교류로 해당 자산의 직ㆍ간접적 운용 이익 일부를 챙겨온 서방 기업들에 대한 이익 환수는 별개 문제다. 빌 클린턴 정부 때인 1996년 통과된 쿠바 제재법(헬름스 버튼 법)에 따라 미국 시민(법인)이 쿠바 몰수 자산을 통해 이익을 얻는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있게 됐지만, 역대 행정부는 EU와 캐나다 일본 등 동맹국 이익을 해치고 무역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소송 조항의 효력을 6개월 단위로 유예해왔다.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가 그 빗장을 열어젖혔다. 쿠바가 반미 성향의 베네수엘라 정권을 지지해온 데 대한 보복ㆍ압박성 조치였다.
지난 5월 하바나 항에 지분을 가진 한 시민이 크루저 관광회사를 상대로 첫 소송을 건 이래 석유회사인 스탠더드 사를 인수한 엑손(Exxon)이 쿠바국영석유회사 등을 상대로 2억8,000만달러 규모의 소송을 걸었다. EU는 역내로 불똥이 튈 경우 보복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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