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리스트 배제 후 첫 고위당정청협의회
일본의 경제보복조치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내 놓은 첫 메시지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는 것이었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단순히 대법원 판결을 떠나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을 방해하기 위해서라는 인식도 나타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4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 제외 조치 후 국회에서 열린 첫 고위당정청협의회에서 “한일 관계자는 이제 큰 변곡점을 맞이했고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며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한국에 대한 경제 전쟁을 선포한 명백한 도발 행위”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또 한국 기업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며 “과감하고 선제적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내 대표적 지일(知日)파로 꼽히는 이낙연 국무총리도 “일본이 외교적 협의도, 미국의 중재도 일부로 외면하고 우리에 대한 경제 공격으로 직행했다”고 일본을 규탄했다. 이어 “정부는 일본의 경제공격에 대해 상세한 산업대책을 착실히 이행해 전화위복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소재ㆍ부품 산업 육성을 통한 일본 의존 탈피 ▦대ㆍ중소기업의 협력적 분업 체계 구축 ▦제조업 재육성 ▦청장년 일자리 확대를 당면과제로 제시했다.
일본이 한국 경제를 쥐락펴락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일본의 경제 공격에 따라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기업의 불안감도 증가하고 있다”며 “어쩌면 아베 정부가 노린 측면이 여기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 마저 든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우리 사회가 결정하지 못한 여러 중요한 현안을 해결하는 계기로도 삼고자 한다”고 극일(克日) 의지를 다졌다.
당정청은 기술독립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신흥무관학교가 독립운동의 핵심 인재를 키운 것처럼 수많은 다양한 기술 무관학교가 들불처럼 중흥하도록 경제적, 재정적,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우선 요청한 소재·부품 특별법의 상시법 전환부터 신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상임위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당에서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등이, 정부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각각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김상조 정책실장,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강기정 정무수석 등이 자리했다. 민주당은 이날 회의장에 태극기를 배경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은 다릅니다. 다시는 지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설치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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