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무더운 여름에 햇빛이 강한 낮 시간에는 외출을 꺼리게 된다. 피치 못하게 외출할 때는 선크림을 바르고 모자와 양산 등으로 햇빛을 최대한 차단한다. 강한 햇빛이 피부암과 피부노화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햇볕이 우리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속속 밝혀지면서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긴 현대인은 햇빛을 완전 차단하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닐 수 있다.

햇빛을 쬐면 피부에서 비타민 D를 합성해 혈중 비타민 D 농도를 높여준다. 비타민 D는 칼슘 흡수를 촉진해 뼈 성장과 형성에 도움을 줄뿐만 아니라 전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대사질환과 암 등 다양한 질환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

햇빛을 충분히 쬐면 대장암 발생률이 27%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1만2,000여 명을 5년 이상 추적 관찰한 한 국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혈액 속 비타민 D의 농도가 권장량보다 낮은 사람은 대장암 발생 위험이 31% 높았다. 반면 기준치 이상인 사람은 대장암 발생 위험이 27%까지 낮았다. 또한 햇빛을 많이 쬐어서 혈중 비타민 D의 농도가 높아지면 유방암 발생률이 감소된다는 연구결과도 여럿 있다.

최근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적정 수준으로 햇빛을 쬐면 혈압이 떨어진다고 한다. 또한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햇빛에서 얻는 비타민 D가 기준치보다 적은 남성은 많은 남성보다 10년 후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2배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실제로 햇빛을 적게 받는 최북단 지역에 사는 남성이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률이 높았다.

최근 한 다국적 연구진이 치매와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는 65세 이상 남녀 1,600여 명을 6년 동안 추적한 결과, 비타민 D가 부족하면 치매 위험이 최대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흔히 ‘행복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은 기분, 수면, 식욕에 관여한다. 세로토닌이 감소하면 식욕이 증가하고 우울하며 숙면하기 어려워진다. 그런데 햇빛은 세로토닌 분비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햇빛을 쬐면 우울감이 줄어들고 우울병의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멜라토닌은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이다. 그런데 우리 몸은 낮 동안 햇빛에 노출돼야 밤에 멜라토닌을 왕성하게 분비한다. 멜라토닌 분비를 충분히 해 밤에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낮에 30분 이상 햇빛을 쬐는 것이 좋다.

햇빛을 쬐어 생성되는 비타민 D는 면역력을 높이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타민 D의 혈중농도가 낮아지면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성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햇빛이 간접적으로 남성 성기능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있다. 최근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발기부전 환자는 비타민 D 부족인 사람이 많으며, 비타민 D의 혈중농도가 낮을수록 발기부전 정도가 심했다.

한 연구 결과, 매일 햇빛을 쬐면 학생들은 학업 성적이 더 좋고, 근로자들은 수면과 삶의 질, 그리고 근무능률이 오른다고 한다.

하지만 고혈압, 당뇨병을 비롯한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이나 고령자들은 무더운 여름에 햇빛에 과다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무더운 여름에는 땀 배출이 늘어나면서 혈액이 농축돼 혈전이 잘 생겨 뇌혈관질환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은 폭염이 심한 낮 시간은 피해 햇빛을 30분 이내로 쬐고, 그보다 오래 외출해야 할 때에는 가볍고 밝은 소재의 옷을 입고, 챙이 넓은 모자나 양산으로 햇빛을 차단하는 것이 좋다. 정오를 기준으로 하루 25분 정도만 햇빛을 쬐어도 비타민D 합성에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햇빛을 제대로 쬐기 위해서는 자외선차단제는 바르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얼굴과 목은 항상 햇빛에 노출돼 있기에 자외선에 의한 손상과 피부 노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선크림을 바르고 외출하는 것이 좋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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