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에서 류현진 선수가 올해 최고의 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세계 최강의 타자들을 상대로 ‘호투(好投)’를 이어가는 덕분에 한국인들이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강한 자부심을 느낀다. ‘야구(野球)’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야구는 기본 용어가 영어다. ‘글러브, 배트, 베이스, 이닝, 피처, 스트라이크, 볼, 커브, 홈런, 파울, 번트, 플라이, 아웃’ 등이 영어에서 들어온 외래어다. 한자어 용어로는 ‘투수, 포수, 타자, 타격, 공격수, 수비수, 유격수, 변화구, 삼진, 안타, 출루, 송구, 병살타, 자책점, 완투, 완봉승, 방어율’ 등이 있는데, 영어 기반 외래어보다 수가 많다. ‘야구’가 ‘베이스볼’보다 잘 쓰이는 것처럼 이런 한자어 용어는 대응되는 영어 표현보다 더 자주 쓰인다.
영어와 한자어가 결합된 표현도 있다. ‘희생 번트’는 ‘희생(犧牲)+번트(bunt)’, ‘만루 홈런’은 ‘만루(滿壘)+홈런(home run)’ 구성이다. 영어와 고유어가 합쳐진 말로는 ‘볼넷’, ‘땅볼’이 대표적이다. ‘볼넷’은 본래 ‘포볼(four ball)’이라고 했고, 한자어 ‘사구(四球)’가 있어도 요즘은 ‘볼넷’이 더 잘 쓰인다. 고유어 용어로 ‘뜬공’이 눈에 띈다. ‘플라이(fly)’, ‘비구(飛球)’와 같은 뜻인데 ‘뜬공’의 쓰임이 크게 늘었다.
국어순화 과정에서 많은 야구 용어를 한자어나 고유어로 바꾸었다. 외래어 대신 안정적으로 쓰이는 것도 있지만 순화 표현이 전혀 힘을 못 쓰는 경우도 보인다. ‘살짝대기’는 ‘번트’의 순화어인데 아무도 쓰지 않는다. 뜻은 쉽지만 ‘번트’에 비해 길이가 길고 발음도 어렵기 때문이다. 정착된 ‘땅볼’, ‘볼넷’, ‘뜬공’과 대조적이다.
이정복 대구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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