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올림픽 3연패 ‘사격 황제’와 미래 ‘사격 여제’ 꿈꾸는 김예슬

※ 어린 운동 선수들은 꿈을 먹고 자랍니다. 박찬호, 박세리, 김연아를 보고 자란 선수들이 있어 한국 스포츠는 크게 성장했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여전히 스타의 발자취를 따라 걷습니다. <한국일보>는 어린 선수들이 자신의 롤모델인 스타를 직접 만나 궁금한 것을 묻고 함께 희망을 키워가는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진종오(왼쪽)가 지난 16일 경남 창원국제사격장에서 김예슬(충남체고)양의 사격 자세를 교정해주고 있다.

제14회 대통령경호처장기 사격대회가 한창이던 지난 16일 경남 창원국제사격장. ‘사격의 신‘이라 불리는 우상이 등장하자 초조하게 기다리던 김예슬(16ㆍ충남체고 1년)양의 표정이 상기됐다. 진종오(40ㆍ서울시청)는 그런 김양을 보자마자 웃으며 “사격 선수는 어떤 순간에도 긴장하면 안 된다. 그래야 총을 쏠 때 안 떤다”고 첫 인사를 건넸다.

진종오는 수식어가 필요 없는 사격의 전설이다. 세계 최초로 올림픽 사격 단일 종목 3연패를 달성했고, 올림픽에서만 총 6개의 메달을 목에 걸어 양궁 김수녕과 함께 한국 선수 역대 올림픽 최다 메달 보유자다. 한국 스포츠의 레전드 반열에 올라선 그를 찾는 곳도 많아졌다. 지난 3월 대한체육회 도핑방지위원으로 위촉됐고, 국가대표 선수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최근엔 TV 예능프로그램에서도 끼를 발산하고 있다. 그 와중에 국내 대회에도 꾸준히 출전해 지난 6월 열린 한화회장배 10m 공기권총에서 대회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어느덧 불혹의 나이가 된 그는 “사격은 비교적 오래할 수 있는 종목이지만 노안과 수전증이 가장 큰 적”이라며 웃었다. 이어 “내년 도쿄올림픽은 늘 생각하고 있지만 일단 올해는 재충전하는 해로 삼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진종오는 뛰어난 언변으로 멘토링과 강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후배들에겐 사격 교본과 같은 존재다. 그는 “이제 돌려줄 시기가 왔다고 생각해 아무리 바빠도 후배들을 위한 자리라면 나가려 한다”면서 김양과의 만남에 흔쾌히 응한 이유를 설명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총을 잡은 김양은 중학교 때부터 각종 전국대회 공기권총 개인ㆍ단체 1위를 휩쓸어 한국 사격이 예의 주시하고 있는 유망주다.

진종오를 마주한 김양이 “엄마도 사격 선수 출신이지만 묻고 싶은 게 많은데 너무 떨린다”고 하자 진종오는 “사격 선수는 긴장을 즐겨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슬이가 나중에 유명해지면 총을 쏠 때 수많은 미디어의 관심과 관중의 시선이 쏠릴 텐데 ‘신경 쓰이게 왜 날 찍고 있지’라고 생각하면 경기를 망친다. 나를 봐주는 걸 즐기고 부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진종오(왼쪽)와 김예슬양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양은 “저는 특히 결선에만 들어가면 너무 긴장이 된다”면서 재차 ‘사격 황제’의 평정심 유지 노하우를 궁금해했다. 진종오는 “사선에 선 다른 7명도 다 똑같아. 나도 마찬가지였다. 올림픽 때 관중들 소리 다 들리고 엄청 떨렸지만 왜 나만 긴장해야 되나, 다 똑같을 텐데 라고 생각하니 괜찮아졌다. 같은 조건에서 어떻게 집중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사격의 신’도 떨린다는 말에 위안이 된 듯 김양은 반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양은 이어 “막상 총을 잡으려면 기분이 처지는 경우가 많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진종오는 “그럴 땐 동기부여가 필요해. 고등학교 때 잘 쏴서 부모님께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일반부의 경우 ‘경기 끝나면 놀러 가야지’라고 마음 먹는 것도 처진 기분을 다독거릴 수 있는 방법이다”라고 설명했다.

“총을 쏠 때 가장 중요한 게 뭐냐”는 김양의 질문엔 진종오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등학교 때 그냥 총 쏘는 게 좋아서 쐈다. 그 당시에 선배들이 기술이 어떻다, 격발이 어떻다 하는데 잘 모르겠더라. 실업 선수들이 물어보면 기술이라고 답하겠지만 예슬이 나이 때는 본인만의 기술이라는 게 딱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집중해서 쏘는 것이 가장 중요해.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기 장단점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슬럼프가 있었냐는 김양의 마지막 호기심에 ”고1 때와 대학교 2학년 두 번 있었다”고 한 진종오는 ”지금도 너무 총 쏘는 게 재미있다. 대표 선발전만 아니면 평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종일관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며 눈높이 조언을 해준 진종오에게 김양은 ”저도 멘탈을 키우고 국가대표가 돼서 꼭 올림픽 금메달을 딸게요“라고 약속했다.

창원=글ㆍ사진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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