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 3명중 1명은 군복 입어, 군 식량 조달용 부업선 추정
‘귀순 의미’ 흰색 수건 걸었지만 “항로 착오… 일 없습니다” 부인
27일 밤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북한 목선이 군에 포착돼 남측으로 예인됐다. 배에 타고 있던 선원들은 ‘항로를 착각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목선이 군 부업선(군 식량 조달을 지원하는 어선)으로 추정되는 데다, 의도적으로 월선했을 만한 정황이 여럿 있어 정밀 조사를 하고 있다.
28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은 전날 오후 10시 15분쯤 동해 NLL 북방 5.5㎞ 해상(연안 기준 20㎞) 북쪽에서 멈춘 상태로 대기 중인 북한 선박을 발견했다. 24분 뒤 선박은 2~5노트(시간당 3.704~9.26㎞) 속도로 서서히 남쪽으로 이동했고, 급기야 11시 21분 NLL을 넘었다. 월선 지점은 영해 안쪽이었다.
선박 이상징후를 포착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던 군은 월선 직후 고속정, 특전사 고속단정 등을 급파했다. 인근 초계함도 해상 차단 작전 및 우발 상황 대비를 위해 현장에 투입됐다. 고속정 두 척은 오후 11시 41분에, 특전사 고속단정은 그로부터 20분 뒤 도착했다. 28일 0시 18분 특전사 요원이 NLL 남방 6.3㎞ 지점에서 선박을 계류 시킨 뒤 선박에 올라 확인하니 선원 3명이 타고 있었다.
선원들은 ‘방향성을 잃었다’, ‘항로 착오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10m 길이 목선에선 위성항법장치(GPS)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목선에 군 부업선으로 추정되는 선명이 표기돼 있었고, 선원 3명 중 1명이 군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또 자체 엔진 동력을 이용해 NLL을 넘은 데다, 월선 시점이 상대적으로 감시가 어려운 한밤 중이었던 점, 목선이 위치한 곳에서 연안 불빛을 식별 가능함에도 선원들이 ‘항로를 착각했다’고 진술한 점 등이 석연치 않다고 군은 판단했다. 선박에서 어구와 오징어 등이 발견되기는 했으나, 조업 어선 없이 홀로 항해한 것도 미심쩍은 부분이다.
특히 선박 마스트(기둥)에 귀순 의사를 표시하는 것으로 통용되곤 하는 흰색 수건이 달려 있었다. 다만 ‘귀순 의사가 있느냐’는 군 요원 질문에 “아니요, 일 없습니다”며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군은 28일 새벽 강원 양양군에 있는 군항으로 선박과 선원을 이동시켰으며, 국가정보원 등 7개 관계 기관이 합동 조사를 진행 중이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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