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ㆍ일본 영공 수차례 침범하고도 인정 안 해
되레 우리 군 경고사격 문제 삼아 역공 가능성도
러시아 무관 국방부 방문러시아 군용기 독도 영공 침범과 관련해 러시아 무관들이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한-러 국장급 실무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홍인기 기자

우리 군 당국이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가 독도 인근 영공을 침범한 사실을 입증할 자료를 25일 러시아 정부에 전달했다. 한국 영공을 침범한 적이 없다는 러시아측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객관적 증거물을 내민 것이다. 하지만 그간 타국 영공을 빈번하게 침범해온 러시아가 이를 인정했던 사례는 드물다. 한국 측 자료 검토를 거쳐 ‘영공 침범’을 뒤늦게라도 시인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국방부는 2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한ㆍ러 간 국장급 실무협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한국 측에선 이원익 국제정책관이, 러시아 측에선 러시아 무관부 니콜라이 마르첸코 공군 대령이 참석한 이날 협의에서 국방부는 23일 독도 인근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군용기를 우리 군 레이더로 포착한 항적과 좌표가 담긴 자료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시 대응 출격했던 KF-16 전투기에서 발사한 ‘플레어’ 사진은 물론 F-15KㆍKF-16 전투기의 디지털비디오레코더(DVR)에 기록된 사진도 제공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 당국으로선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을 입증하기 위해 군사 기밀에 해당하는 자료를 제공한 셈이지만, 러시아의 영공 침범 인정을 끌어내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25일 중국 공군과의 합동 훈련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렸지만 우리 측 영공을 침범한 것으로 알려진 조기경보기의 영상 대신 폭격기의 비행 장면만을 공개했다. 주(駐)러시아 대사를 지낸 위성락 서울대 정치학과 객원교수는 “러시아의 타국 영공 침범 전례를 고려했을 때 우리 측 자료를 참고해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영공 침범 오리발’은 한국 입장에선 초유의 사건이나, 국제사회에선 이미 악명이 자자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2015년 11월 벌어진 러시아와 터키 간 영공 침범 진실 공방이다. 시리아 문제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대립 중이었던 터키는 당시 “우리 F-16 전투기가 터키 남부 하타이주 야일르다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시켰다”고 발표했다. 약 5분 간 10차례 이상 경고했으나 러시아 전투기가 무시해 격추시켰다며 이를 입증하기 위해 ‘비행 추적 자료’까지 들이 밀었지만 러시아는 극구 부인했다. 터키 영공 침범은 결코 없었다는 러시아는 되레 자국 군용기를 격추시킨 터키에 대한 대대적인 경제 보복을 감행했다.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를 두고 러시아와 분쟁 중인 일본은 러시아의 ‘오리발 대응’에 자주 당해온 나라 중 하나다. 일본 자위대 발표에 따르면 전략 폭격기를 포함한 러시아 군용기는 2001년 2월 14일과 4월 11일 홋카이도 영공을 수 차례 침범했다. 자위대는 자국 전투기 대응 등을 일부 공개했으나 러시아는 “우리 조종사들의 행동을 모두 분석했으나 일본 영공을 침해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발뺌했다. 2008년 2월 9일 러시아의 전략폭격기가 도쿄에서 남쪽으로 650㎞ 떨어진 이즈제도 상공을 침범했을 때도 러시아는 당최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시 일본 공군기가 러시아 폭격기에 수 차례 무전 경고를 보냈으나 러시아 측의 답변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舊)소련 영토였던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역시 2008년 전후 러시아의 잦은 영공 침범을 비판했으나, 러시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위성락 교수는 “무관 설명을 통해 영공 침범을 시인했다가 곧바로 부인한 러시아가 다시 시인으로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측 최종 발표대로라면, 한국은 영공을 침범하지도 않은 자국 군용기를 향해 경고 사격을 한 셈”이라며 “향후 이 점을 오히려 문제 삼으며 한국에 대한 항의 수위를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