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세법개정안, 역대 정부 처음으로 2년째 세수 축소
5년간 4680억원 줄 듯… 복지예산 확대 속 재정적자 우려
문재인 정부가 역대 정부 가운데 처음으로 2년 연속 전년 대비 세금 수입을 줄이는 내년도 세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세계적인 경기둔화, 미ㆍ중 무역갈등, 일본의 수출규제 등에 맞서 한시적으로라도 세금 부담을 줄여 기업의 투자를 끌어내겠다는 사실상의 ‘기업감세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불황에 맞닥뜨린 정부의 ‘고육지책’이라지만, 정권의 기본 철학에 역행하는데다 갈수록 재정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세수 감소를 자초하는 건 자칫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2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19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특징은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확대다. 기업의 시설투자ㆍ연구개발(R&D) 등에 세금 감면폭을 대폭 늘렸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은 “최근 엄중한 경제 상황을 반영해 경제활력 회복을 지원하는 데 방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출범 이후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종합부동산세율 인상 등으로 기업ㆍ부유층에 대한 증세 기조를 유지했던 문재인 정부의 세제가 180도 달라진 셈이다.
이에 따라 향후 세수도 줄어든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번 세법 개정으로 향후 5년간 세수는 올해보다 4,680억원 감소할 전망이다. 한시적으로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율을 높이고 투자세액공제 적용대상을 확대하면서 내년에만 5,320억원의 세수가 줄어든다. 반면 연봉 3억6,250만원 이상 고소득자에게 근로소득공제 한도(2,000만원)를 설정하고, 임원 퇴직소득 한도를 축소해 늘어나는 세수는 1,000억원 정도에 그친다. 사실상 정부가 ‘감세’로 돌아섰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정부는 이에 “향후 5년간 전년 대비 세수 증가액만 따지면 37억원 플러스여서 감세기조로 전환했다는 지적은 무리”(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감세 폭이 크지는 않더라도 대기업에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정부가 세금 정책에 신중한 입장 변화를 보였다”고 해석했다.
이런 기업감세 기조는 그 자체로 논란을 부르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 포함된 기업투자 세제혜택, 상속세 부담 완화방안 등이 그간의 정부 기조와 역행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령화 등에 따른 복지예산 확대가 예고된 상황에서 세수 감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올해 예산을 전년 대비 9.5% 늘린 데 이어 내년 예산도 큰 폭으로 늘릴 방침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증세 없이 예산을 큰 폭으로 늘리면 결국 국가 부채를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며 “재정 소요는 늘어나는 데 경기 침체로 증세를 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우철 교수도 “재정 확충에 필수적인 세입 확대가 단기적인 경기 활성화 명분에 밀렸다”며 “의미 있는 재원마련 대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향후 국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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