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관방장관 “러 해명 없었다”... 제3자 취급에 일본 ‘머쓱’
23일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인근 상공 비행과 관련해 일본이 대단히 머쓱한 상황에 처했다.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러시아에 항의하는 ‘억지 퍼포먼스’를 펼쳤으나, 러시아가 한국에만 해명을 했을 뿐 일본 측에는 아무 설명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24일 오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차석무관이 전날 군용기 비행에 대해 한국 정부에 했다는 유감 표명을 일본에도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유감의 뜻이 전해진 사실은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와 한국 간의 일에 대해 언급할 입장은 아니다”라면서 “외무성이 주일 러시아 대사관에 엄중하게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강하게 요구했다. 외교상 문제니 더 상세한 설명은 삼가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러시아 군용기는 전날 독도 인근 한국 영공을 7분간 침범했다. 이에 우리 공군 전투기가 출격, 차단 기동과 함께 러시아 군용기 쪽을 향해 경고 사격을 하기도 했다. 일본은 이 상황과 관련, ‘독도는 우리 영토’라면서 한국과 러시아 정부에 각각 공식 항의했다. 한ㆍ러 간 갈등 상황을 틈타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을 또 꺼내든 셈이다. 특히 전날 기자회견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장관은 “한국이 아닌 일본이 대응해야 할 일”이라는 도발 섞인 발언까지 했다.
그러나 정작 러시아는 한국 정부에만 해명을 했다. 이날 청와대에 따르면 러시아 차석 무관은 전날 우리 정부에 “기기 오작동으로 계획되지 않은 지역에 진입한 것이다. 침범 의도는 없었다”면서 유감을 표명했다. 또, 24일에는 자국 군용기의 한국 영공 침범을 공식 부인하고, 오히려 한국군의 대응 조치가 러시아 군용기의 안전을 위협했다고 주장하는 러시아 정부의 공식 전문도 주(駐)러 한국 무관부를 통해 접수됐다.
차석 무관의 유감 표명과 러시아 정부 공식 전문의 내용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든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입장 표명인 건 마찬가지다. 결국 이 사안과 관련, 러시아로선 일본을 ‘제3자’로 취급한 셈이다. 바꿔 말하면 러시아는 비공식적으로라도 독도를 일본이 아닌 한국 영토로 바라보는 게 아니냐는 유추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스가 장관은 이와 관련, “러시아 정부의 ‘다케시마’를 둘러싼 입장은 모르겠다”면서 “‘다케시마’는 우리나라(일본) 고유의 영토이니 당연히 러시아와의 관계에서도 이 같은 입장에 기초해 의연히 대응하겠다”고만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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