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즉각적 조치가 더 우선” 불구 야권 “직무유기” 비난 쏟아져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부산 누리마루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ㆍ중국 군용기가 23일 독도 영공을 침범하고 동해상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ㆍ카디즈)을 넘나드는 초유의 사태에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지 않은 청와대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는 24일 “중요한 건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조치를 했는지 여부”라면서 NSC 개최 여부가 ‘본질’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야권은 청와대의 소극적 대응을 문제 삼았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4일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의 명백한 영공 침범에 왜 제대로 된 말 한마디 못하고 NSC를 열지 않고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 진영에선 ‘청와대의 직무유기’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 관계자는 “긴급하고도 즉각적 조치가 필요했던 상황이어서 23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주재로 상황 회의를 열면서 실효적 조치를 취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NSC를 개최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NSC 소집은 ‘필요에 따라, 의장(대통령)이’ 결정한다.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은 NSC 소집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 청와대 판단이다. 문 대통령이 NSC를 주재하는 등 적극 대응하는 것이 한일 갈등에 이어 중ㆍ러와의 갈등까지 전선이 확대되는 것으로 비치는 것을 청와대가 부담스러워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응은 주요 안보 상황에서 NSC를 적극 활용했던 과거 정부의 모습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헌법에 명시된 안보ㆍ통일ㆍ외교 관련 최고 의결기구인 NSC는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다가 노무현 정부 들어 위상이 강화됐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박근혜 정부가 “청와대는 재난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며 NSC를 소집하지 않은 것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이후 NSC를 적극적으로 개최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나흘 만인 2017년 5월 14일 북한의 중거리미사일 발사에 즉각 NSC를 소집했다. 이어 북한의 △지대함탄도미사일 발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6차 핵실험 등 같은 해 11차례나 NSC를 열었다. 지난해 6월 1차 북미회담과 올 2월 2차 북미회담 직후에도 문 대통령이 NSC 전체회의를 직접 주재하기도 했다. 때문에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처음으로 타국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날 NSC를 개최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럽지는 않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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