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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폐암 날벼락”… 소각장 난립한 청주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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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폐암 날벼락”… 소각장 난립한 청주의 비극

입력
2019.07.30 04:40
수정
2019.07.30 07:0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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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반경 내 3곳, 청주 북이면 르포] 

 10년 새 60명 암으로 사망했는데… 소각장 용량 증설ㆍ신설 추진 

 환경단체 “市, 엄격히 안 따지고 허가” 주민들 “역학조사 시급” 

충북 청주시 청원군 북이면에 있는 한 소각장의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 업체는 시설용량을 현재 99.8톤에서 480톤으로 증설할 계획이다. 유민채 북이면 주민협의체 사무국장 제공
충북 청주시 청원군 북이면에 있는 한 소각장의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 업체는 시설용량을 현재 99.8톤에서 480톤으로 증설할 계획이다. 유민채 북이면 주민협의체 사무국장 제공

“11년 전 아버지가 뇌출혈로 수술을 받으신 뒤 요양하실 수 있게 6년 전 집으로 모셨습니다. 여러 차례 검사를 받았지만 폐 관련 이상 소견은 전혀 없었는데 한 달 전 갑자기 호흡곤란으로 쓰러지셔서 병원에 갔더니 폐암 3기말이라는 판정이 나왔습니다. 지금 호스피스 병동에 계십니다.”

지난 17일 만난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화하리 주민 조남희(76)씨 아들 재범(42)씨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황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곁에 있던 재범씨의 어머니 박모(66)씨는 “밤만 되면 소각장에서 연기가 피어 올라 공장에서 뭔가 태우나 보다 했지 그게 건강에 치명적일 거란 생각은 전혀 못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조씨 옆집에 사는 이정애(78)씨는 올 초 위암으로 투병하던 남편을 떠나 보냈다. 이씨 자신도 3년여 전 폐암 수술을 받은 뒤 정기 검사를 받고 있다. 그는 “평소 혈압이 높긴 했지만 폐가 안 좋은 적은 없었다”며 “어느 날 갑자기 숨을 쉴 수가 없어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폐암이라는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밤만 되면 이상한 냄새가 나서 창문을 열어 보면 소각장 굴뚝에서 뭉게구름처럼 연기가 올라오곤 했다”고 돌아본 이씨는 “어쩌다 나만 날벼락을 맞았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북이면 일대에서 최근 몇 년 새 갑자기 건강이 악화된 주민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화하리에서 7㎞가량 떨어진 금암리에 사는 한 40대 주민도 “가족 중에 암에 걸렸던 사람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없고 어머니 또한 폐에 문제가 없으셨는데 지난해 폐암 판정을 받았다”며 “처음에는 운이 없어 그런가 보다 싶었지만 집 근처 소각장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뒤 관련이 없는지 의문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시 북이면 일대 소각장 신·증설 예정지. 그래픽=김문중 기자
청주시 북이면 일대 소각장 신·증설 예정지. 그래픽=김문중 기자

◇북이면 반경 3㎞내 소각장만 3개

북이면 관내에 소각장이 늘어나고 그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원인 모를 각종 질병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급격히 늘고 있다. 유민채 북이면 주민협의체 사무국장은 “소각장 주변 19개 마을에 거주하는 약 1,500명의 주민을 조사한 결과 최근 10년 새 폐암, 후두암 등 암으로 사망한 주민이 60명이나 됐다”며 “소각장 밀집지역에 대한 역학조사가 시급히 이뤄져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주민협의체 조사에 나온 결과 암 사망자가 60명인데 주민들에 따르면 이후에도 암 사망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조재범씨는 “북이면에서 여전히 암으로 돌아가시는 분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도 북이면에서만 주민 2명이 암으로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청주에는 사업장 일반ㆍ지정폐기물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민간 소각장 4곳과 자체 폐기물과 사업장 일반 폐기물을 함께 태우는 제조업체 2곳, 자체 발생 폐기물을 태우는 자가처리시설 3곳, 청주시가 직접 관리하는 생활폐기물 소각장 1곳 등 10곳의 소각장이 있다. 청주시에 따르면 이들 중 일반 폐기물을 다루는 6곳의 소각시설 용량은 1,448톤으로 전국 전체 68개 소각시설 시설용량 7,970톤의 18%를 상회한다.

특히 북이면에는 반경 3㎞ 안에 총 543.8톤의 시설용량을 갖춘 3곳의 민간 소각장이 밀집해 있다. 이 중 A업체는 현재 99.8톤인 용량을 480톤으로 늘리기 위해 증설을 추진 중이다. D업체는 북이면에 새롭게 소각장을 짓겠다며 청주시에 허가신청을 냈다. 기존 설비에 신ㆍ증설 용량을 모두 합치면 1,014톤이 된다. 소각장이 설비용량의 130%까지 소각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악의 경우 하루 소각량이 1,300톤을 넘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북이면 일대 3개 민간 소각장 중 352.8톤으로 규모가 가장 큰 B업체는 2017년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이자 독성이 강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을 허용 기준인 0.1ng(나노그램)의 5배가 넘는 0.55ng을 배출했다가 검찰에 적발됐다. 이 업체는 2007년과 2017년 다이옥신 기준 초과로 두 차례 적발된 것을 포함해 2002년부터 21차례나 행정처분을 받았다. 청주시는 이 업체가 폐기물을 허용치보다 많이 소각한 점 등을 문제 삼아 지난해 폐기물처리업 허가취소 처분을 내렸지만, B업체는 이에 반발, 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 2심까지 승소한 상태다. 법원에 낸 행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이 업체는 종전과 다름없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폐암 3기말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조남희씨의 아들 재범씨가 아버지의 자택과 가까운 북이면 소재 민간 소각장을 가리키고 있다. 북이면 반경 3㎞ 안에 있는 3곳의 소각장 가운데 이 업체는 설비용량이 352.8톤으로 가장 크다. 청주=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지난달 폐암 3기말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조남희씨의 아들 재범씨가 아버지의 자택과 가까운 북이면 소재 민간 소각장을 가리키고 있다. 북이면 반경 3㎞ 안에 있는 3곳의 소각장 가운데 이 업체는 설비용량이 352.8톤으로 가장 크다. 청주=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소각장 발생 다이옥신 등 암 유발 가능성

청주시에 소각시설이 밀집하게 된 건 1990년대 후반부터다. 수도권대기환경개선특별법 등으로 수도권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땅값이 훨씬 싼 이곳에 소각시설이 하나둘씩 들어섰다. 또한 경부와 중부 고속도로가 지나 수도권은 물론 충남ㆍ영남ㆍ호남의 폐기물을 집하하기 쉬운 점도 소각시설 밀집으로 이어졌다. 박종순 충북청주환경연합 정책국장은 “청주에 소각시설이 막 들어섰을 무렵엔 청주시가 다른 지자체와 달리 엄격히 따지지 않고 서류상에 별 문제가 없으면 허가를 내줬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잇단 피해 호소에도 불구하고 폐기물처리시설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히 조사된 바가 없다. 그런 탓에 소각업체의 책임을 규명하기는 쉽지 않다. 김용대 충북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소각장에서 배출되는 물질 중 다이옥신 이외에도 발암물질만 20가지가 넘는데 다이옥신에 오랜 기간 노출되면 암을 일으킬 수도 있고 내분비계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런 물질들은 소각장만이 아니라 자동차 배기가스나 일반 공장의 굴뚝에서도 나올 수 있다”면서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는 무척 어렵다”고 덧붙였다.

불안감 탓에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주민 1,523명은 지난 4월 소각장 밀집지역 주변에 사는 주민에 대한 건강영향조사를 해 달라는 청원서를 환경부에 제출하는 등 직접행동에 나섰다. 지역구 의원인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환경부 자료 분석 결과 사업장 폐기물을 소각할 때 발생하는 다이옥신의 양이 같은 규모의 생활ㆍ지정ㆍ의료폐기물을 소각하는 경우보다 최대 12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환경부에 소각장 주변 지역 주민 건강영향조사를 즉각 실시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건강영향조사 실시여부를 결정할 청원심사는 이달말 열릴 예정이었으나 환경부는 절차에 문제가 생겨 심사를 9월말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청주시는 여전히 소각업체들이 탐내는 입지 중 하나다. 북이면에 신설을 계획하고 있는 D업체 외에도 오창읍에는 E업체가 282톤 규모의 소각장을 지으려 하고 있다. 신명섭(49) 오창소각장반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소각장 영향권 6∼8㎞ 안에 거주하는 어린이ㆍ청소년 2만명 등 주민 7만명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려했다.

◇폐기물처리업…관리ㆍ감독은 엉터리

사업장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소각하는 폐기물처리업은 비록 규모는 영세하지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린다. 폐기물은 점점 증가하지만 신규로 들어서는 소각장이 없는 탓에 기존 소각장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1톤에 15만원 가량 하던 소각비용은 최근 25만원 정도로까지 뛰었다. 전국에 불법ㆍ방치폐기물이 급격히 늘어나는 현상도 이런 까닭이다. 수익을 늘리기 위해 일부 업체들이 허용량 이상을 소각하기도 한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법을 위반해도 처벌도 솜방망이다. 소각장을 통해 얻는 수익은 과징금이나 과태료의 수십~수백배이다. 실제로 청주시 소재 소각장들이 위반 행위에 대해 낸 과태료는 100만~50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청주의 경우 민간 소각장들이 적법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검사해온 기관이 소각장업체들이 주축이 된 조합이라 환경단체에서는 ‘짬짜미 검사’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지자체 관련 공무원과 업체 간 유착 의혹도 제기된다. 박완희 청주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청주시 공무원들이 퇴직 후 소각장업체 자회사로 자리를 옮긴 사례도 3건이나 된다”며“한 식구다 보니 부정을 저지를 수 있는 여지가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경단체와 북이면 주민들은 인근 소각장들이 규정보다 많은 폐기물을 소각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B업체와 1㎞ 거리의 북이면 대율리에 사는 연모(60)씨는 “요즘에는 소각장 굴뚝에서 연기가 거의 나지 않지만 1, 2년 전만 해도 새벽에 나오기가 싫을 정도로 매캐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오염물질 배출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B업체는 소각장 배출 물질과 인근 주민들이 앓고 있는 질병과의 연관성에 대해 “답변하기 곤란하다”며 언급을 피했다. 김홍석 청주시 자원정책과 폐기물지도팀장은“현재 인력으로는 시 관내에 있는 소각시설을 모두 관리ㆍ감독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 담당 인원을 충원하기로 했다”며 “중대한 위반 사항에 대해선 영업정지 조치를 내리는 등 처벌도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청주=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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