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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군용기 영공침범에 軍 360발 경고사격 ‘초유 사태’… 일촉즉발 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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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군용기 영공침범에 軍 360발 경고사격 ‘초유 사태’… 일촉즉발 7분

입력
2019.07.23 19:41
수정
2019.07.23 23:5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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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ㆍ러 군용기 도발, 긴박했던 7시간 

모스크바 AP=연합뉴스
모스크바 AP=연합뉴스

중국 폭격기 2대와 러시아 폭격기 2대가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북에서 만나 남하하기 시작한 건 23일 오전 8시33분. 폭격기들은 이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ㆍ카디즈)에 무단 진입한 뒤 대오를 맞춰 비행했다. 미리 짜기라도 한 듯 폭격기 4대가 약 3.7~5.5㎞(2~3노티컬마일) 정도씩의 거리를 두고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유의 일이었지만, 중ㆍ러가 올해 들어 카디즈에 상습 진입한 터라 우리 군은 통상적인 대응 조치를 취하며 상황을 주시했다.

러시아군 소속 A-50 조기경보통제기 1대가 독도 북동쪽에서 포착되면서 상황이 긴박해지기 시작했다. 오전 9시1분 카디즈에 진입한 A-50은 독도 쪽으로 비행해 8분 뒤인 오전 9시9분부터 3분간 독도 영공을 침범했다. A-50이 독도로부터 약 12.9㎞(7노티컬마일)까지 바짝 접근한 것은 영공 침범이 ‘실수’가 아니라는 뜻이다. 주권 영역인 영공을 무단으로 침입한 것은 선전포고에 가까운 도발이었다. 타국 군용기가 우리 영공에 침입한 것 자체가 처음이다.

카디즈에 출현한 중국 폭격기 2대를 감시하고 있었던 우리 군 전투기 KF-16과 F-15K가 항로를 바꿔 A-50 쪽으로 다가갔다. A-50을 향해 수 차례 경고 통신을 했지만, 응답이 없었다. 이에 우리 군은 미사일 회피용 플레어(항공 조명탄) 10여발을 투하하고 기총 80여발을 경고 사격했다. 우리 군이 타국 군용기의 영공 침범에 대해 경고 사격을 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일촉즉발의 위기였다. 경고 사격은 상대군 조종사가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A-50으로부터 1㎞ 떨어진 지점을 표적으로 가해졌지만, 자칫 실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카디즈를 벗어나 대마도 남쪽으로 비행 중이던 중ㆍ러 폭격기 4대가 순식간에 되돌아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같은 시각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ㆍ자디즈)에 출몰한 중국 폭격기 때문에 일본 전투기도 자디즈에 출격해 있었다. 다행히 A-50은 맞대응 하지 않고 독도 영공을 벗어났고, 3분 뒤인 오전 9시15분엔 카디즈에서 빠져나갔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그러나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A-50은 오전 9시28분 카디즈에 다시 나타났다. 5분 뒤 독도 영공을 다시 침범한 뒤 이번엔 독도에서 약 15.7㎞(8.5노티컬마일) 지점까지 접근했다. 그렇게 우리 군을 사실상 무시하며 4분간 우리 영공을 비행했다. 우리 공군은 플레어 10발을 투하하고, 경고용으로 전투기 기총 280여발을 발사했다. A-50은 이번에도 대응 사격 없이 돌아갔다. 오전 9시51분 NLL을 넘은 데 이어 9시56분 카디즈를 벗어났다.

러시아 군용기가 한 시간 사이에 독도 영공을 두 번이나 들락날락한 것은 ‘계획적 도발’이라는 뜻이다. 중ㆍ러 폭격기들이 합을 맞춰 동해 상공을 수 차례 오간 것 자체가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중ㆍ러의 도발은 이날 오전 6시44분 처음 포착됐다. 중국 H-6 폭격기 2대가 이어도 북서쪽에서 카디즈에 무단 진입한 것이 우리 군 레이더망에 잡혔다. 폭격기들은 제주도와 이어도 사이를 30분간 비행한 뒤 카디즈를 벗어나 자디즈를 거쳐 북상했고, 오전7시49분쯤 울릉도 남쪽 약 76㎚(노티컬마일ㆍ약 140㎞) 떨어진 곳에서 카디즈에 재진입했다. 이어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지나 카디즈를 벗어나더니, NLL 북쪽에서 러시아 TU-95 폭격기 2대와 합류해 카디즈에 다시 들어왔다.

양측의 도발은 집요했다. 러시아 폭격기들이 오후 1시11분쯤 또 다시 나타났다. 폭격기들은 카디즈에 진입한지 27분 만에 카디즈를 벗어났고, 그제서야 나서야 상황이 종료됐다. 중국 폭격기들은 오전에 원대 복귀한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중ㆍ러 군용기의 연합 기동은 양국의 연합 군사 훈련일 공산이 크다. 같은 시간대에 경북 포항 동쪽 약 148㎞ 해상과 제주 남쪽 64㎞ 해상에 중국 군함이 1척씩 항행 중이었다. 카디즈와 독도 영공이 중ㆍ러의 군사훈련장으로 전락한 셈이다. 우리 공군이 모두 30여 차례에 걸쳐 경고 통신을 했지만, 중ㆍ러의 군용기 5대가 전부 묵살한 것도 ‘계획 도발설’을 뒷받침한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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