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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영 첫 승 수문장 이진우 “상대 눈동자 흔들리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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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영 첫 승 수문장 이진우 “상대 눈동자 흔들리데요”

입력
2019.07.23 17:43
수정
2019.07.23 18:44
22면
0 0
23일 광주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수구 남자부 15-16위 순위결정전 한국-뉴질랜드 경기에서 대한민국 골키퍼 이진우가 뉴질랜드 니콜라스 스탄코비치의 승부던지기를 막은 후 기뻐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23일 광주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수구 남자부 15-16위 순위결정전 한국-뉴질랜드 경기에서 대한민국 골키퍼 이진우가 뉴질랜드 니콜라스 스탄코비치의 승부던지기를 막은 후 기뻐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대한민국과 뉴질랜드의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수구 15, 16위 순위결정전이 열린 23일 광주 남부대 수구경기장. 32분간의 전ㆍ후반 혈투를 펼치고도 양팀은 12-12로 승부를 내지 못했다. 결국 축구의 승부차기처럼 슈터와 골키퍼가 1대 1로 맞서는 승부 던지기가 이어졌다.

양 팀 첫 번째 슈터가 모두 골을 넣은 상황에서 대표팀 수문장 이진우(22ㆍ한국체대)는 뉴질랜드의 두 번째 슈터 니콜라스 스탄코비치와 마주했다. 긴장된 순간 이진우는 이승재 대표팀 코치의 주문을 떠 올렸다. “상대의 눈을 보고 막아라”. 이진우는 슈팅 전 스탄코비치의 눈을 매섭게 쳐다봤다. 기 싸움에서 밀려서일까? 스탄코비치가 골문 오른쪽으로 던진 공은 이진우에게 가로 막혔다.

이진우의 선방에 힘을 얻은 대표팀은 슈터 전원이 골을 성공시키며 5-4로 승리, 한국 수구 역사상 첫 ‘세계선수권대회 1승’을 거뒀다. 실업팀 7개, 대학 팀 1개, 수구 전문 선수 67명뿐인 열악한 저변에서 기적 같은 승리를 수확하자 선수들은 서로 얼싸 안고 기뻐했다. 벤치에 있는 선수들 역시 코칭스태프와 감격의 포옹을 나눴다.

이날 눈부신 ‘선방쇼’로 승리의 주역이 된 이진우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승부 던지기 때 5개 중 한 개는 막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비법을 공개했다. 그는 “두 번째 슈터가 슛을 하기 전에 코치님이 ‘눈을 보고 막으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면서 “상대 눈을 보니까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오른쪽을 주시하길래 ‘오른쪽으로 던지겠다’고 예상했는데, 들어맞았다”라고 덧붙였다. 또 경기 직후엔 “세계 무대에서 1승을 한 것이 꿈만 같다”면서 “지금 아침인데 잠이 아직 덜 깬 것 같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대한민국 선수들이 승부던지기로 승리를 결정지은 후 기뻐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대한민국 선수들이 승부던지기로 승리를 결정지은 후 기뻐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한국 남자수구는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은메달,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끝으로 완전히 변방으로 밀려났다. 이번 대회에도 개최국 자격으로 겨우 출전했다. 앞선 네 경기에서도 워낙 큰 점수 차로 져 ‘1승 목표’는 물거품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최종전에서 명승부를 연출하며 새로운 희망을 쏘아 올렸다. 대표팀 주장 이선욱(32ㆍ경기도청)은 “한국 수구가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꿈나무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구나’라는 마음을 심어준 것 같아 뜻 깊다”고 말했다. 또 부주장 권영균(32ㆍ강원수영연맹)은 “후배들을 믿고 여기까지 왔다”면서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후배들 덕분에 좀 더 발전된 한국 수구를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실 준비 여건은 좋지 않았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5위로 마친 뒤 훈련을 이어가지 못하고 지난 4월 중순에야 소집했다. 또 전지 훈련은커녕 선발 선수 인원도 14명뿐이라 자체 연습 경기조차 단 한 번도 치르지 못했다. 한 팀에 7명씩 뛰는데, 꼭 부상 선수가 한 두 명씩 나왔기 때문이다. 이승재 코치는 “선수와 지도자 선발이 너무 늦어졌다”면서 “3개월만의 짧은 훈련을 거친 뒤 이번 대회를 치렀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또 한국 수구가 더 성장하려면 “전지훈련을 통해 세계 강호들을 자주 경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코치는 “외국 선수들과 직접 겨뤄볼 수 있는 전지훈련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는데, 이런 지원이 없어 아쉬웠다”고 했다. 권영균 역시 “잘하는 선수들과 붙어봐야 노하우가 생기고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선욱은 “수구에는 상무 팀이 없어 좋은 선수가 나와도 병역 문제로 (실력이) 막힌다”고 했다. 이에 이진우는 “전 미필이라… 지금이라도 상무 팀을 만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며 웃었다.

대표팀은 이제 2020년 도쿄 올림픽을 향해 달린다. 내년 2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리는 아시아워터폴로챔피언십에 걸린 아시아 쿼터 1장 획득이 목표다.

광주=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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