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軍, 비전문가적 대응”… 中 “KADIZ 침범 용어 부적절” 훈수
러시아 군용기가 모스크바 상공에서 훈련하고 있는 모습.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러시아가 교묘한 말장난으로 23일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했다는 한국 군 당국 발표를 부인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러시아 전략 폭격기(strategic bombers)가 한국 영공을 침범했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을 러시아 국방부가 부인했다”고 타스통신 등 러시아 관영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오히려 “한국 측이 위험한 행동을 하며 자국 항공기를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 발표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의 TU-95 폭격기 2대와 A-50 조기경보통제기 1대가, 중국에선 H-6 폭격기 2대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ㆍ카디즈)에 진입했다. 이 중 러시아의 A-50 조기경보통제기는 독도 인근 영공을 침범했고, 이에 따라 우리 공군 전투기가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의 전방 1km 거리에 360발의 경고 사격을 가했다.

따라서 “자국 폭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는 러시아 국방부 주장은 일단 사실로 볼 수 있다. 독도 인근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군용기는 폭격기가 아니라 조기경보통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A-50 조기경보통제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한 사실에 대해 러시아 국방부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폭격기의 한국 영공 침범이 없었던 사실만 부각시키며 교묘하게 발뺌을 한 셈이다.

러시아는 오히려 한국 군의 대응을 문제 삼았다. 러시아 국방부는 “한국 조종사들은 러시아 폭격기와 교신을 하지 않았다”며 “한국 군이 우리 폭격기에 대해 비전문가적인(unprofessional) 대응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한국 합참은 그러나 러시아 군용기에 10여회에 걸쳐 무선 경고통신을 했지만, 러시아 측의 응답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다만 러시아 측은 한국 국방부 측에 “영공을 침범한 것은 의도적인 것이 아니었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함께 카디즈에 진입한 중국 역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진입 관련 질문을 받고 “방공식별구역은 영공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중국 군용기가 카디즈를 ‘침범’했다는 우리 합참 발표에 대해서도 화 대변인은 “중국과 한국은 좋은 이웃으로 ‘침범’이라는 용어는 조심하게 써야 한다”고 훈수를 뒀다. 방공식별구역은 각국이 안보적 목적상 설정한 임의의 선이지 국제법적 효력은 없다는 뜻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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