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소속 노점상 매대에 일본의 경제보복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뉴시스

일본 경제 보복의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추가 보복에 대비하는 국내 산업 전반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그중 가장 예민한 분야가 경제의 젖줄인 금융이다.

일본이 한국에 투자한 자금은 크게 국내 주식ㆍ채권과 일본계 금융기관의 여신으로 구분된다. 이 중 주식ㆍ채권 투자액 14조6,000억원(이하 6월 말 기준)은 일본 정부 의지대로 움직이기 힘들고 국내 주식ㆍ채권 시장 내 비중도 크지 않아 큰 충격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관심을 가져야 할 자금은 우리 은행들이 일본 금융기관에서 빌린 92억6,000만달러(약 10조6,000억원)와 카드사나 대부업체 등 여신전문금융사에 유입된 55억6,000만달러(약 6조4,000억원) 등이다. 만일 일본의 경제 보복이 금융 분야로 확산되면 이 자금에 대한 만기 연장 거부가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우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일본계 금융사들이 한국에 빌려준 자금에 대한 만기 연장을 거부해 위기가 더 악화한 뼈아픈 기억이 있다. 하지만 당시와 달리 지금은 국내 금융기관의 국제신용등급이 일본 금융기관보다 높아 일본 금융사들이 자금 회수에 나서더라도 국내 금융기관의 차환 능력에는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은행들과 함께 일본 경제 보복 관련 금융 점검 태스크포스를 꾸려 운영에 들어갔다. 최근에는 일본계 자금이 모두 상환되는 최악의 경우를 포함, 다양한 상황에 대비한 스트레스 테스트도 진행하고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더불어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국내 기업이 피해를 볼 경우 대출, 보증 등의 방법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도 수립했다. 하반기 중 공급할 10조원가량의 정책금융 자금과 7조5,000억원의 무역금융 자금을 이 부분에 동원하고 필요하면 추가 재원도 마련키로 했다.

추가 보복에 대한 대비는 충분할수록 좋지만 금융 분야에 대한 과도한 우려나 위기 대응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어 신중히 움직여야 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외신들이 ‘한국의 은행도 위험하다’는 식의 보도를 할 때마다 금융당국과 은행은 이에 대응하느라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 했다. 당시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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