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한 대표 영장 재청구 등 검토
수사 7개월여 만에 처음 청구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삼성그룹 수뇌부를 향하던 칼날이 꺾인 셈이어서 검찰 반발이 거세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 20일 새벽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 등 3명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하면서 “주요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 수사를 해오던 검찰은 그간 주로 증거인멸 혐의로 관련자들을 구속해왔다. 사안의 핵심이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였다는 점에서 변죽만 울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김 대표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주목받은 건 처음으로 분식회계 혐의를 적용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런데 법원이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며 기각한 것이다.
검찰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고발내용을 바탕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의 영장기각은 검찰은 물론, 증선위 판단도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 이전 금융당국은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가 적법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전문가라 할 수 있는 금융당국의 판단도 엇갈리는 상황인 만큼 삼성바이오의 ‘고의 분식’ 여부는 수사가 아니라 정식 재판 단계에서 가릴 문제라 본 것이다.
법원은 또 김 대표는 물론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모 전무의 영장도 기각, 증거인멸 혐의도 인정치 않았다. 김 전무는 검찰 수사와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삼성바이오 관련 증거인멸은 내가 지시했고, 이를 김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에 맞서 “김 전무가 허위진술을 하고 있다”고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법원은 김 대표는 물론, 김 전무에 대해서도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 등 8명이나 구속된 증거인멸 사건이지만, 정작 계열사 대표와 재무책임자에 대한 영장은 모두 기각한 셈이다.
검찰은 이 같은 법원의 결정에 대해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8명이 구속된 사안인데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책임자급 인사에 대한 영장을 기각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윗선 수사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전망에 대해서도 “구속영장 기각 때문에 수사, 소환 일정이 늦어질 일은 없다”며 부인했다. 검찰은 김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청구되면 김 대표에 대한 세 번째 구속영장이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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