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회동했다. 포토아이

북미 실무협상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에서 약속한 2~3주가 지났다. 이 와중에 북한 외무성은 8월 예정인 한미합동군사연습(동맹 19-2)을 문제 삼아 실무협상 재개와 연계할 의사를 밝혀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곧바로 실무협상 재개가 어려워졌다, 북한의 대화 의지가 없다, 연말에나 재개가 가능하다는 등의 회의론이 국내외 전문가들을 통해 나왔다. 그러나 회의론에 피상적으로 경도되는 것 이상의 맥락을 읽는 시야가 필요하다.

북한은 6ㆍ30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을 북미의 “불미스러운 관계를 끝장내고 조선반도의 긴장상태를 완화해 나가는 데서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극적인 사변”으로 평가했다. 사실상 ‘종전선언’에 가까운 의미 부여다. 회담 결과에 ‘커다란 만족’을 표했고 서로 일방적인 요구조건을 내려놓고 건설적인 해법을 찾자고 했다. 대화 의지뿐만 아니라 타결 의지도 강하게 읽혀진다. 관건은 ‘새로운 계산법’이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하노이 트라우마가 반복될 거란 두려움이다. 새로운 계산법에 사활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북한 담화들은 그런 맥락 아래서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새로운 계산법의 출발 지점에 대한 정지 작업이다. 한미합동 군사연습에 대한 문제제기는 그 일환이다. 자신의 핵ㆍ미사일 활동 중단과 한미합동 군사연습 중단의 등가성ㆍ상응성(동시행동)을 강하게 환기시키고 출발점을 재정비하는 것이다. 이미 했어야 할 신뢰 조치(공약)를 본 협상 테이블에 다시 올려놓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본 협상에서는 그 이상의 등가성이 보장된 내용들이 교환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대량살상무기(WMD)의 동결ㆍ폐기에 상응하는 안전보장의 리스트를 염두에 둔 포석일 수 있다.

둘째, 새로운 계산법의 핵심은 ‘공정성’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북미협상을 북한의 비핵화 의무와 이에 대한 보상이란 ‘불공정한’ 관점으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이제 양측 모두 ‘의무’만 교환되는 공정한 협상 프레임을 만들자는 것이다. 누가 누구에게 주는 ‘보상’이란 없다. 가령 포괄적 비핵화와 포괄적 안전보장의 교환만 있는 것이다. 안전보장은 보상이 아니란 것이다.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했던 것이 마치 북한의 ‘약점’과 ‘보상’이란 인식을 강화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것을 바로잡는 의미도 있다.

셋째, 북한식 단계론의 반영이다. 북한에 안전보장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다. 최근 북한은 적대시 정책을 단번에 철회할 수 없다면 동시 행동 원칙에 따라 각자 한 만큼만 상대에게 요구하는 현실적인 협상안을 제안했다. 서로 가능한 수준에서 상응하는 조치들을 교환하는 ‘협상안’이다. 기존에 북한이 주장해 온 ‘동시적ㆍ단계적’ 접근과 같다. 핵심은 매 단계에 교환 내용이 등가성을 갖는 것이다. 초기에 포괄적 합의를 하고 사안별로 동시적 진행은 하되 특정 단계별로 등가성을 갖지 않는 접근방식인 미국의 ‘단계적ㆍ병행적 접근’과는 일정부분 결이 다르다. 그러나 북한의 주장은 비핵화와 안전보장에 대한 포괄적인 정치적 확약을 하되 이행은 단계적으로 합의ㆍ실천해 가자는 얘기로도 볼 수 있다.

요약하면 북한은 새로운 계산법에 등가성ㆍ공정성ㆍ단계성이 적절하게 반영되길 바란다. WMD 동결에 상응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의 포괄적 중단, 비핵화 범주ㆍ로드맵 설정에 상응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의 범주와 로드맵 제시, 영변 폐기 조치에 상응하는 실질적 군사적ㆍ외교적ㆍ경제적 첫 상응조치의 제시를 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한미합동 군사훈련과 북미실무협상 연계 시사를 대화 의지의 박약, 악의적 연기로 보기보다 타결에 대한 강렬한 의지로 읽는 것이 적절하다. 판문점 회동에 대한 연일 계속되는 역사적 평가, 전격적으로 개정 헌법을 공개한 것도 대화 및 타결 의지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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