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호 태풍 다나스가 20일 한반도 근처 해상에 도착하자마자 소멸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다나스는 이날 낮 12쯤 진도 서쪽 약 50㎞ 해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하며 사실상 소멸했다. 지난 16일 오후 3시 필리핀 마닐라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지 나흘 만이다. 당초 다나스는 남부 지방을 관통해 동해로 빠져나간 뒤 소멸할 것으로 예보됐으나 강도가 급격히 약해지며 20일 오후 태풍으로서 생명을 다했다. 다나스는 장마기간에 발생한 태풍으로선 드물게 국내에 영향을 미쳤고, 발생 초부터 이동 경로에 대해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의 예측이 크게 달라 이에 따른 혼선이 생기기도 했다.
기상청의 지난 30년(1981~2010년) 통계에 따르면 7월은 10월과 함께 연중 태풍 발생 개수가 3.6개로 8월(5.8개), 9월(4.9개)에 이어 3번째로 많은 달이다. 그러나 국내에 영향을 주는 태풍의 수는 평균 0.9개로 1.1개인 8월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이번 태풍이 이례적인 것은 크기가 소형이고 강도도 세지 않은데 많은 비를 뿌렸다는 점이다. 이는 다나스가 장마전선과 맞물려 북상했기 때문이다. 장마전선으로 인해 생긴 비구름이 많은 양의 수증기를 품고 있는 상태에서 태풍까지 다량의 수증기를 한반도로 끌고 와 제주도에는 19일부터 20일 오후까지 1,000㎜ 이상의 비가 내리기도 했다.
태풍 이동경로에 대한 예측도 자주 바뀌었다. 다나스가 발생한 16일만 해도 기상청은 서해를 따라 목포에서 백령도로 이동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제주를 거쳐 부산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수정됐다가 다시 좀더 내륙 쪽으로 북상해 전남 해안과 경북을 지나 포항 해안으로 빠져나간 뒤 소멸할 것으로 전망했다.
태풍 이동 경로 예측이 어려웠던 건 다나스가 소형인데다 30도 안팎의 대만 인근 해상에서 에너지를 받아 몸집을 불린 상태로 매우 느리게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면 태풍이 서해안으로 들어와 중부 지방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었다. 미합동태풍경보센터(JTWC)나 일본 기상청이 다나스의 이동 경로를 서해안->중부 지방->강원도로 전망한 것도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크게 봐서였다. 최소한 이동 경로 예측에서는 우리 기상청의 전망이 근접했다 할 수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제주도 남쪽의 바다가 25도 이하의 저수온 상태여서 태풍의 열적 에너지가 감소했고 북서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태풍의 북상을 막는 한편 북태평양 고기압이 크게 확장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해 그에 따른 이동 경로를 예측했다”고 설명했다.
다나스는 기상청 예보와 달리 20일 급격하게 힘을 잃고 남해안에 상륙하자마자 소멸했다. 여기에는 제주도 남쪽 해안의 온도가 큰 영향을 미쳤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의 강도가 유지되려면 바닷물 온도가 27도 이상이 돼야 하지만 제주도 남쪽 해수 온도가 25도 이하로 떨어지면서 다나스가 급격히 약화했다”고 설명했다. 다나스는 남해안의 차가운 바다와 만나며 더욱 힘이 약해졌고 전남 신안 도서 지역을 지나며 완전히 소멸했다.
태풍은 소멸했지만 비구름까지 사라진 건 아니어서 비나 강풍으로 인한 피해가 생길 수 있다. 박경희 기상청 총괄예보관은 “오늘(20일)과 내일(21일) 사이 남부 지방과 제주도 산지를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리겠고, 오늘까지 남부지방은 매우 강한 바람이 불고 중부 지방에도 강한 바람이 예상되니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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