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4차 산업혁명 속에서 인간 중심적 법사상에 바탕을 둔 법 체계는 탈(脫)인간중심적 법사상을 필요로 하게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며칠 전 17일은 제71회 제헌절이었다. 아직도 꽤 많은 국민들은 제헌절이 5대 국경일 가운데 하나인데 왜 공휴일이 아니냐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2003년 9월부터 ‘주 5일 40시간 근무제’(토요 휴무)’가 확대 시행되면서 여러 논란 끝에 2008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된 것이다. 제헌절이 주는 민주주의 수호와 헌법 제정의 의미를 가슴에 새겨보면서 법은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사회 변혁기에 어떠한 기능을 해야 하는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4차 산업혁명은 1, 2, 3차 산업혁명을 통해 인간의 노동력이 기계의 힘으로 옮겨 가는 변화 이후에 기계의 강화된 인지력이 인간의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진보된 특징을 갖는다. 흔히 정보화로 표현되는 3차 산업혁명은 정보기기나 정보 네트워크가 급격히 발달되는 반면, 4차 산업혁명은 각종 사물에 센서와 통신 기능을 내장하여 인터넷에 연결하는 기술을 뜻하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등이 결합된 지능 기술이 산업시스템과 사회서비스를 유연하고 지능적으로 연계ㆍ융합함으로써 사회 전 분야의 지능정보화를 본격적으로 진행시켜 가고 있다.

특히 AI의 비약적인 발전과 활용은 AI의 인간 노동력 대체를 통해 고용ㆍ노동 환경 변화는 물론 교육과 문화에까지 많은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그래서 유럽연합(EU)은 AI에 대해 ‘전자인(electronic person)’ 지위를 부여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로봇 수술, 자율주행차의 등장은 인간 이외의 기계행위자에 의한 행위의 법적 성격에 대한 논의를 한층 가열시키고 있다.

사실 전통적인 법의 기능은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기능,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더라도 다른 사람과의 조화를 위해 일정 정도의 통제를 하는 기능, 개인 간에 발생하는 분쟁에 대한 해결 기능 등이었다. 그러나 급속한 4차 산업혁명 속에서 이러한 전통적인 법의 기능은 한계가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인 인간 중심적 법사상에 바탕을 둔 기존의 법 체계는 이제 과학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탈(脫)인간중심적 법사상을 필요로 하게 된 셈이다. 이제 인간 이외의 존재성까지 중심적인 지위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보통신기술 가운데 AI나 빅데이터 과학은 인간중심적 법사상이 바탕으로 삼고 있던 자율적인 인간중심적 주체성과 행위 개념을 해체하고 있다.

이러한 해체 경향은 이미 과학기술이 급속하게 성장하기 이전에 인격의 확장이 법인의 개념으로 법체계 안에서 진행되어 왔던 것이다. ‘법인’은 생물학적 인간은 아니고, 단지 사회적으로 구성된 산물인 것이지만 이에 인격을 부여하여 법적 인격체로 인정해 왔다. 이렇게 보면 앞으로 인간중심적 생명을 대신하는 새로운 생명 개념이 나타날지 모른다. 영화 ‘트랜스포머’가 로봇이 자동차로 변신한다는 모티브에서 보여주었듯이 스스로 변형을 통한 자기생산성이 가능하면서 인간중심적 생명 개념보다 더욱 진보된 기계적 생명이 출현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기계적 생명의 권리와 행위 통제 및 인간과 기계, 기계와 기계 간의 분쟁에 대한 해결을 어떤 법규범으로, 어떻게 처리할지 머리가 아파 온다.

그렇기에 지능형로봇 등 산업ㆍ사회 전반의 ‘지능정보사회’ 진입이 가속화됨에 따른 ICT 환경과 그에 기반한 지능정보화 전환이 시급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지능정보사회에 대한 적응을 위한 선제적인 법제도 개혁의 전략 개발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에 맞춘 정부 각 부처의 제반 법령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지금과 같은 법 전문가주의와, 자구 하나하나에 너무 매달리는 경직된 성문법 문화를 유연하고 개방된 문화 토양으로 바꾸는 일이다.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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