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에게 상속받은 수십만주의 차명주식을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웅열(64)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김성훈 부장판사는 18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에게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의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된다”며 “이 회장은 자본시장ㆍ실물시장ㆍ금융시장을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은 범행을 인정하고 처벌 전력이 전혀 없다”며 “범행으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이 왜곡되진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도 고려했다”고 벌금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 전 회장은 부친인 고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이 차명으로 남긴 코오롱생명과학 주식 34만주를 차명으로 보유하면서 신고하지 않은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기소됐다. 그는 대주주 양도소득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2015과 2016년 차명주식 4만주를 차명으로 거래(금융실명법 위반)하고, 이 과정에서 주식 소유상황 변동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 제출 때도 차명주식을 누락한 채 허위 자료를 제출(공정거래법 위반)했다. 앞서 검찰은 이 전 회장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0만원을 구형했다.
이 전 회장은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와 관련한 취재진 질문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취재진은 재판을 마친 그에게 ‘인보사의 성분변경 사실을 사전에 알았나’ ‘인보사로 피해자들이 발생했는데 책임감을 느끼느냐’고 질문했으나 이 전 회장은 아무 말 없이 준비된 차량을 타고 법원을 빠져나갔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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