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통학차량 사고 땜질 대책 비판 토론회
송도 축구클럽 차량 피해아동 부모도 참석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표 의원과 박찬대 의원, 맹성규 의원이 공동으로 마련했다.

“다른 아이들 부모님은 앞으로 이런 토론회에 참석할 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인천 송도 축구클럽 통학차량 사고가 발생한 지 두 달째인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 향상 토론회에 피해 아동 김태호군의 부모가 참석했다. 당시 사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태호군의 부모가 정부와 국회에 안전대책을 호소하자 토론회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태호군 아버지는 “태호에게도 말하고 왔다”며 “다른 친구들이 태호와 같은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송도 사고차량처럼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어린이 통학차량을 법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여 안전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013년 3월 어린이가 사망한 통학차량 사고의 여파로, 어린이 통학차량은 영유아용 안전띠를 의무적으로 배치하고 아이들을 태울 때 반드시 인솔교사가 동승하도록 하는 ‘세림이법’이 생겼지만 완벽한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송도 축구클럽 차량도 어린이 통학차량으로 분류되지 않아서 사고 당시 아이들은 성인용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동승자도 없는 상태였다.

토론회에선 어린이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업종에 관계 없이 어린이 통학을 목적으로 운행하는 차량은 모두 법의 적용을 엄격히 받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어린이 안전문제관련 법률 연구를 지속해온 김숙정 변호사는 “표창원 의원이 발의한 도로교통법 개정안대로 대통령령으로 어린이 통학차량을 정하는 기준을 추가하거나 어린이 통학버스에 대한 정의 자체를 개편하자”고 제안했다.

송도 차량사고 후 체육시설법을 개정해 축구클럽도 어린이 통학차량으로 분류하자는 방안이 나왔지만 땜질식 대처라는 지적도 나왔다. 허억 가천대 교수는 “세림이법에도 아직 허점이 많다”며 “태권도 학원차량이 문제되면 태권도 (차량을 통학차량으로 분류하고), 다음에는 합기도 이런 식으론 안 된다”고 말했다.

태호군 어머니는 어린이 통학차량 분류나 안전기준에 대해 명확히 알지 못하는 학부모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태호군 어머니는 “비극적인 사고가 난 뒤에야 태호가 다니던 축구클럽이 학원도 아니고 교습도 아닌 서비스업으로 분류됨을 알았고, 차량이 어린이 통학차량으로 분류되지 않아 안전기준을 지킬 필요가 없었으며 결론적으로 그렇게 큰 축구클럽 운영자가 하나도 책임질 게 없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런 현실을 알리기 위해 캠페인과 같은 홍보에 모두 동참해주길 부탁 드린다”고 전했다.

사고가 일어났던 인천 송도에서는 최근 맘카페를 중심으로 사고 상황을 알리고 대안마련에 동참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조민경 인천 송도지역 구의원은 “2,000명 이상이 모여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했고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를 기원했다”며 “아이 안전을 위한 법 개정에 주민들의 공감대는 형성돼있고 이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통학차량이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더라도 대응이 쉽지 않은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 김 변호사는 “차량 썬팅이 짙어서 학원 원장한테 개선을 요구하니 어린이 통학만 하는 차량이 아니라 규제할 수 없다고 말하고, 경찰에 말해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명묘희 도로교통공단 수석연구원은 “정부나 지자체가 한 축을 맡아 공공 관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정부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법은 강화되고 있지만 인솔자나 운전자 인식은 바뀌지 않아 철저한 안전교육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허 교수는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어린이 통학차량 운전자 자격 제도가 있어 엄격한 시험을 통과해야만 자격취득이 가능하고 벌점 제도를 통해 자격을 박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법안은 꾸준히 발의됐지만 입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교통안전과 관련한 예산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도 문제점으로 언급됐다. 2016년 8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로 58명의 의원들이 뜻을 모아 어린이 안전 기본법안을 발의했으나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박준환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재원 마련 없이는 충분한 투자가 어렵다”고 지적했고, 호욱진 경찰청 교통안전계 계장도 “아무리 좋은 제도도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를 마련한 표창원 의원은 이에 대해 “교통안전특별회계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예산확보 필요성에 공감했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도 “이번에야말로 꼼꼼하고 촘촘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고, 맹성규 민주당 의원 역시 “국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영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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