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웅진도읍기의 왕실묘역이자 무령왕릉이 있는 충남 공주 송산리고분군에서 새 고분의 존재 가능성을 보여주는 흔적들이 다수 확인됐다.
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백제 웅진도읍기의 왕실묘역인 공주 송산리고분군(사적 제13호)에서 새로운 고분 41기의 존재 가능성을 다수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주 송산리고분군의 중장기 학술조사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진행됐다. 신라, 가야와 달리 백제는 지하에 매장시설을 두고 봉분을 크지 않게 조성했기 때문에 지표면에서 고분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연구소는 고분의 흔적(봉분, 석재 등), 입지특성, 지형분석 등을 통해 위치를 추정했다.
조사 결과 그간 보고된 적 없던 41기의 새 고분 흔적이 발견됐다. 특히 일제강점기 이후 위치를 알 수 없었던 7~9호와 29호분의 흔적도 파악됐다. 이 지역에 백제의 왕릉이 있다는 것은 ‘신증동국여지승람’(1530) 등에 이미 기록돼 있다. 발굴조사는 1927~1933년 가루베 지온(輕部慈恩)과 조선총독부박물관이 처음 시행했는데 당시 총 29기가 보고됐다. 다만 사신도(四神圖)가 그려진 벽돌무덤(塼築墓, 6호분)과 돌방무덤(石室墓, 1~5, 7~8, 29호) 8기의 발굴기록만이 현재까지 남아 있는 전부였다. 연구소 관계자는 “이번에 추가로 발견한 41기의 고분이 일제강점기 때 보고된 이들 29기와 얼마나 중복되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방(中方)’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벽돌 발굴도 주목할 만하다. 무령왕릉과 6호분은 틀로 찍어낸 소성(燒成)벽돌을 쌓아 터널형태의 무덤방을 만들었는데, 아치형 구조를 시공하기 위해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벽돌을 제작했다. 벽돌엔 동전과 연꽃 등 장식용 문양을 넣었다. 문양이 없는 대신 대방(大方), 중방, 중(中), 급사(急使) 등 글자를 압출(壓出)한 벽돌들도 일부 확인됐는데, 이 글씨들은 벽돌이 사용된 위치 등 쓰임새를 의미한다는 견해가 많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송산리고분군 조사는 주로 일본인에 의해 조사됐기 때문에 정부가 체계적 계획을 세워 진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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