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장에 풀린 일본계 은행의 자금이 최근 두 달 새 증가하며 25조원 수준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가파른 감소세를 보이던 일본계 은행의 여신 공급액이 예년 수준을 회복하면서 일본의 경제 보복이 금융 부문으로 확산되리란 우려는 다소 완화됐지만, 과거 외환위기 때 일본의 대출 만기 연장 거부로 위기가 증폭된 전례가 있었던 만큼 안심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일본계 은행의 국내지점 총여신 잔액은 5월 말 기준 24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3월 말과 비교했을 때 2조8,000억원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일본계 은행의 여신 공급액은 2017년 말 26조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 9월 말 23조5,000억원, 지난해 말 22조8,000억원, 올해 3월 말 21조9,000억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반등한 양상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증가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줄어들면서 일본계 은행이 그동안 한국에 대한 자금공급 규모를 줄여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국내 금융시장에서 일본계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 만큼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융위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일본계 은행의 국내 지점 여신 잔액은 5월 말 기준으로 국내 영업 중인 외국계 은행의 총여신 규모(98조원)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32조9,0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김 의원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일본이 단기대출 만기 연장을 거부하면서 위기가 악화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일본의 금융보복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금융위가 가상의 시나리오를 설정해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일본의 금융 분야 보복 가능성이 현재로선 크지 않고 설령 보복 조치를 취하더라도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의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크지 않고, 다른 국가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사의 외환건전성 지표인 외화유동성비율(LCR)의 경우 5월 말 기준 일반은행이 110.7%, 특수은행 97.7%로 나타나 규제 기준인 80%를 상회하고 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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