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과 제주도를 찾았다.

여름의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 모두가 여행을 떠날 일정에 비해 조금 더 이른 시점에 제주도를 찾았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일정, 조금 더 여유로운 상황에서 휴식을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국내는 물론 전세계 어디든, 여행을 가게 되면 정해진 가이드 라인이나 ‘정형화된’ 코스에 따라 여행을 즐기기 보다는 가고 싶은 곳을 가보고, 쉬고 싶은 만큼 쉬는 타입이라 그런지 이번의 제주 일종의 모터홈 갖은 존재이길 바랬다.

그리고 그렇게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과 함께 하게 됐다.

존재가 가치를 말하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그리고 그 에스컬레이드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플래티넘’ 사양은 이미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특유의 거대한 체격과 캐딜락 고유의 디자인이 선사하는 강렬한 존재감은 여느 플래그십 SUV와는 또 다른 ‘패왕’의 존재를 확인하게 만든다.

로봇 애니메이션 속에서 ‘수호자’ 혹은 ‘악을 벌하는 자’로 연출되는 일반적인 로봇들처럼 표현되는 여느 플래그십 SUV들과 달리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마치 폭력적이라 해도 좋을 강렬한 존재감을 선사하며 마치 ‘파괴신’이라 불리던 한 애니메이션 속 로봇을 떠올리게 한다.

에스컬레이드, 제주에 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주도에서 에스컬레이드를 만나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제주도에서도 캐딜락을 쉽게 만나고 또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구현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육중한 체격,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는 에스컬레이드와 함께 제주도의 한 해안에 닿게 됐다. 푸른 하늘, 그리고 더욱 진한 푸른빛을 뽐내는 바다와 제주도 고유의 검은 현무암이 그려내는 멋스러운 배경에 흰색의 육중한 차체와 캐딜락의 대담한 크레스트 엠블럼이 더욱 도드라지는 모습이었다.

여느 캐딜락과는 완전히 다른, 그리고 더욱 대담하게 그려진 프론트 그릴과 수직으로 그려진 헤들드라이트, 그리고 두터운 바디킷이 더해지며 시각적인 만족감을 높인다. 이러한 감성을 측면과 후면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실제 측면의 경우에는 크롬 가니시를 더한 22인치 휠이 작게 보일 거대한 전고와 캐딜락 고유의 ‘엣지감’을 살리는 직선의 디테일을 통해 측면의 실루엣을 연출한다. 특히 흰색의 자체 덕에 에스컬레이드의 체격이 더욱 크게 느껴져 그 존재감을 쉽게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다.

참고로 에스컬레이드의 거대함에 부담을 느낄 이들의 주된 이야기는 ‘어떻게 타느냐?’라는 방법론에 있다. 다행이라고 한다면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에는 순정으로 장착된 전동식 사이드 스텝이 있어 탑승에 대한 우려를 깔끔히 씻어 낸다.

후면 디자인은 여전히 독보적이고, 또 에스칼라-라이크 디자인을 적용할 향후의 존재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세로로 길게 그려진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자로 잰 듯한 특유의 깔끔함은 거대한 체격에 적용되어 그 어떤 존재보다 대담하고 또 강인하게 드러내니 그 만족감 또한 상당하다. 흔히 말하는 하차감이 바로 이렇게 드러나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의 공간

플래그십 SUV들은 주로 공간의 여유와 안락함, 그리고 고급스러운 소재의 구성에 열을 올렸다면 캐딜락은 사뭇 다른 선택지를 제시한다. 실제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의 도어를 열어 보면 그 의미가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은 VIP 의전에 집중하지 않고 소유자에 대한 가치를 높이는데 집중했다. 시트 포지션을 낮추고 대시보드를 높여 드라이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고, 2열의 가치 외에도 1열의 가치에 힘을 더하는 모습이다.

대신 에스컬레이드의 최상단에 자리한 모델이라는 걸 강조하듯 컷&소운 방식의 공법으로 제작된 대시보드와 마사지 시트 등의 기능이 더해져 경쟁력을 높이는 모습이다. 참고로 운전자의 체격에 따라 페달 위치를 조절할 수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기능 중 하나다.(에스컬레이드 전체 적용)

공간에 대해서는 외형에 비해서는 조금 협소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차량이 추구하는 바를 고려한다면 그것이 충분히 납득된다. 3열은 ‘유사 시’의 활용에 집중하고 1열과 2열의 가치를 높인 4인승 SUV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게 바로 이러한 배경에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냉장고 기능과 보스 사운드 시스템이 더해지니 감성적, 기능적인 만족감을 챙기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참고로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1열 시트 뒤에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재생이 가능한 디스플레이 패널이 자리하며, 2열 공간 상단에도 큼직한 디스플레이 패널을 더해 3열에 대한 혹시 모를 배려를 남겼다.

GM 엔진 기술의 표본, LT1 V8 6.2L

최근 만난 GM의 한 임원은 근래 GM이 열을 올리고 있는 ‘라이트-사이징’과 ‘CSS(실린더 단위의 모듈화 엔진 개발 전략)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앞으로도 V8 엔진을 계속 만들 것이다”라고.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의 보닛 아래 자리한 V8 6.2L LT1 가솔린 엔진은 최신의 엔진 기술이 전통적인 OHV 구조의 엔진과 합을 이루는 GM 최신의 V8 엔진으로 426마멱과 62.2kg.m의 걸출한 토크를 자랑한다. 여기에 10단 다단화 변속기 및 AWD를 통해 네 바퀴로 출력을 전해 어떤 주행 환경이라도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다.

제주의 다양한 환경에서 빛나는 존재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에 몸을 맡기면 가장 먼저 플래그십 SUV, 그것도 전고가 엄청나게 높은 SUV치고는 상당히 낮은 드라이빙 포지션이 구현된 것을 볼 수 있다. 구조적으로 시트 포지션이 낮을 수 없겠지만, 제한된 환경에서 최적의 드라이빙 포지션을 구현했다는 걸 단번에 느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플래그십 SUV와 그 시작선 자체가 다른 것이다. 다른 플래그십 SUV들은 마치 허공에 뜬 상태로 도로를 내려다 보는 기분이라면,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의 오너들은 더욱 현실적이고, 공격적인 자세로 도로의 패권을 쥘 준비를 마친 것이다.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보닛과 등 뒤에서 V8 엔진의 존재감이 전해진다. 폭발적인 사운드가 맹렬히 울리는 건 아니지만 누구라도 그 존재감에 위압감을 느낄 사운드가 곳곳에 전해지며 마치 전투를 앞둔 북소리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으면 2.6톤의 거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여느 플래그십 SUV는 물론이고 고성능 디비전의 손길을 통해 제작된 플래그십 SUV가 부럽지 않을 폭발적이고 꾸준한 가속력이 실내 공간에 노골적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한 번 더,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그 폭력성은 더욱 선명하고 명확히 전달된다. 실제 스포츠 모드에서는 엔진의 반응과 사용하는 RPM 영역의 변화, 그리고 후술할 MRC의 변화를 통해 마치 거침 없이 질주하는 코뿔소에 오른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그런 와중에도 10단 자동 변속기는 제 몫을 다한다. 부드럽고 매끄러운 변속을 통해 일상 생황에서의 부담을 줄이고, 정속 주행 시에는 낮은 RPM을 유지하며, 엔진 부하가 덜할 때 네 개의 실린더의 작동을 중단시키는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AFM)과 함께 더욱 높은 효율성을 기대하게 만든다.

차량의 움직임은 앞서 말한 ‘폭력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독일의 모 스포츠 성향의 차량처럼 마치 유난 떨 듯 조향에 대한 반응과 움직임을 연출하는 건 아니지만 운전자의 의지에 따라 2.6톤의 거구가 경쾌하게 움직이는 걸 느낄 수 있다.

때때로 캐빈룸 상단이 조금 흔들리는 듯한 기분이 들지만 MRC의 탁월한 조율 능력이 더해지며 이상적인 드라이빙 라인 위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않는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을 보고 있자면 감탄이 절로 이어진다. 게다가 스포츠 모드에서는 노면에 대한 반응이 더욱 탄탄하고 명확해 그 주행의 템포에 거칠 것이 없어진다.

한편 제동력 부분에서도 충분하다. 일부 에스컬레이드 및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이들이 ‘제동 시 차량이 밀린다’라는 표현을 하는데 이는 에스컬레이드가 여느 미니밴들과 같이 초반은 부드럽게 그리고 깊게 페달을 밟을수록 제동력이 살아나는 타입이라는 걸 명확히 인지하지 못한 경우일 것이다.

다만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길 이라면 타이어에 대한 투자는 충분히 검토할 내용이다.

제주도를 다니다보면 부득이 하게 포장된 도로가 아닌 오프로드를 다녀야 할 때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에스컬레이드와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이 오프로드 주행 성능이 그리 뛰어나지 않을 것 같다고 하는데, 막상 험로에 뛰어 들면 ‘거대한 체격’에 대한 태생적인 불리함을 제외 한다면 여느 프리미엄 AWD SUV들과 경쟁하더라도 부족함 없는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갖춘 것에 놀라게 될 것이다.

좋은점: 강렬한 존재감, 매력적인 주행 성능, 그리고 합리성

아쉬운점: 거대한 엔진에서 드러나는 부담스러운 세금, 다음이 기다려지는 인테리어 패키징의 아쉬움 2%

낭만을 품은 안티 히어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어떤 영화 혹은 문화 컨텐츠를 즐기다 보면 정형화된 주인공에 지루함을 느끼고 예측할 수 없고, 또 그럴 수 밖에 없던 혹은 그 행동의 배경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악역에 매력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혹자는 '매력적인 안티 히어로'에 열광하거나 '트위너' 성향의 캐릭터에 환호한다.

아마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이 그런 존재일지 모른다. 정형화된 플래그십 프리미엄 SUV라는 범주에 들지 않고, 독자적인 길을 걸어가며 자신의 가치를 과시하고 또 그 가치를 인정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직접 스티어링 휠을 쥐고 달릴 때의 그 가치는 여느 차량과 완전히 다른 결을 보여준다.

그렇게 에스컬레이드에 담긴 낭만과 폭력성은 오늘 또 더욱 진해지고, 더욱 깊어진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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