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리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은 등 뒤에 ‘KOREA’가 아닌 A용품사가 적힌 훈련복을 입었다. 보통 국제대회에 나라를 대표해 나가는 선수들은 영문 국가명을 새긴 용품을 입는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에 나간 한국 선수들만은 달랐다. 국제대회 규정 상 브랜드 노출이 문제되자 급기야 훈련복에 덕지덕지 테이프를 붙여 브랜드를 가린 채 경기장에 모습을 비췄다.
특히 14일 남자 1m 스프링보드 결승에 앞서 한국 다이빙 간판 우하람(21ㆍ국민체육진흥공단)의 선수 소개 당시 등 뒤에 회색 테이프가 여러 겹 붙어있던 장면이 국제수영연맹(FINA) TV를 통해 전 세계 팬들에게 중계되면서 국제적인 망신이 됐다.
훈련복에 ‘KOREA’가 실종된 초유의 사건은 대한수영연맹의 안일한 행정 탓이다. 수영연맹은 그간 A사와 후원 계약을 유지해왔지만 지난해 12월 계약 만료 후 다른 브랜드를 새 후원사로 맞으려 했다. 이사회를 통해 계약 직전까지 갔지만 일부의 반대로 계약은 불발됐고, 시간만 속절없이 흘렀다. 그러다가 연맹은 이달 1일 기존 A사와 계약했다.
하지만 세계선수권 개막을 불과 열흘 앞두고 협상을 마쳐 A사가 선수단 용품을 제작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A사 관계자에 따르면 대표 선수들의 용품을 제작하려면 6개월 가량 소요된다. 이에 연맹은 임시방편으로 시중에 판매 중인 A사 용품을 공수해 선수들에게 지급했다. 일반인이 입는 옷이라 등에 A사 로고가 새겨져 있어 국제대회 규정에 부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선수들은 테이프를 붙여 로고를 가리게 됐다. KOREA 실종 사건이 불거지자 연맹은 15일 A사 로고 위에 ‘KOREA’ 표기를 덧댄 훈련복으로 다시 지급했다. 한국 선수단은 남은 기간 A사 로고 위에 KOREA가 프린트 된 기이한 훈련복을 입고 대회장을 누벼야 한다.
광주=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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