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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시간 외 ‘메신저 지시’ 과도하면 괴롭힘 인정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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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시간 외 ‘메신저 지시’ 과도하면 괴롭힘 인정돼요

입력
2019.07.16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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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16일부터 시행… Q&A] 

 후배가 선배 괴롭혀도 가해 인정… 파견근로자 따돌림도 금지 대상 

 신고 받은 회사는 사실관계 파악해 확인되면 징계 등 조치 내려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16일부터 시행된다. 직장 상사나 동료 등에게 심각한 폭행이나 폭언을 듣고도 대응하기 어려운 이른바 ‘직장 갑질’ 사건들이 끊이지 않자 만들어진 법이다. 괴롭힘 신고를 접수한 회사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 괴롭힘이 확인되면 가해자에 대한 징계 등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 만약 사용자가 신고자와 피해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취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개정법은 ①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②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③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괴롭힘’으로 정의한다. 이처럼 ‘괴롭힘’을 특정 행위로 규정하기보다는 판단 기준을 제시하다 보니 법 시행 초기 현장에서 다소 혼란이 예상된다.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ㆍ대응 매뉴얼’을 토대로 김효신 공인노무사(소나무 노동법률사무소) 등 전문가 의견을 받아 문답식으로 가상 사례들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상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살펴봤다.

_파견근로를 나온 사무실에서 직원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는데, 직장 내 괴롭힘인가.

“괴롭힘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원칙적으로 한 사용사업주에 소속된 근로자 사이에 발생한 사안에 적용되지만,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법률’에 따라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모두 파견근로자의 사용자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용사업주나 그 소속 근로자는 파견근로자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가 될 수 있다. 다만 원-하청 근로자 관계는 ‘직장 내’로 볼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괴롭힘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원청 사업주는 원청 근로자가 하청 근로자를 괴롭힐 경우, 그 행위를 예방ㆍ근절하기 위한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_후배인 인사업무 담당자가 나에 대한 나쁜 소문을 퍼뜨리는 등 나를 괴롭힌다. 괴롭힘 행위자가 되나.

“가능하다. 직장에서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결정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피해자보다 직급이 낮거나 근속연수가 짧더라도 학벌ㆍ출신 지역 등 인적 속성이나 감사ㆍ인사부서 등 업무의 직장 내 영향력 등을 따졌을 때 후배가 관계의 우위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이용했다면 후배도 가해자가 된다.”

박구원 기자
박구원 기자

_임신 사실 알렸더니 임원이 중요 업무에서 나를 배제하고 사무실 책상도 외진 곳으로 옮겼다.

“정당한 이유 없는 차별로, 괴롭힘에 해당된다. 기존 남녀고용평등법은 출산휴가 전후나 육아휴직 후 복직자 등에 대해 임금을 깎는 등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주에게만 과태료 부과 등 제재를 했다. 만약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에 해당되는 일을 당했다면 개정된 근로기준법보다 남녀고용평등법을 우선 적용할 수 있다.”

_상사가 새벽ㆍ주말 없이 메신저로 업무 지시를 한다, 괴롭힘으로 인정받을 수 있나.

“사안에 따라 다르다. 단순히 업무시간 외에 지시하거나 업무 관련성이 있는 다른 부서 업무 지원을 지시한 것이라면 괴롭힘으로 보기 어렵다. 다만 사회 통념에 비춰볼 때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그 방식이 사회 통념에 맞지 않을 경우만 괴롭힘으로 인정된다. 예컨대 당장 다음날 해야 하는 시급한 업무가 아닌데도 상습적으로 메신저로 업무시간이 아닌 밤 늦게 업무를 지시하는 경우 괴롭힘으로 인정받을 여지가 있다.”

_ 회사대표가 일상적으로 “여자(남자)는 안돼” 비하 발언을 한다. 괴롭힘과 성희롱 모두 인정되나.

“직장 내 괴롭힘에는 해당될 수 있다. 특정 성을 비하하는 발언이나 고정관념적 성역할을 강요하는 ‘젠더’ 괴롭힘은 성희롱 처벌 내용을 담은 남녀고용평등법(성적ㆍ(sexual) 의미가 내포된 언동을 수반해야 한다) 위반에는 해당되기 어렵다.”

_부하 직원의 보고서가 미흡해 여러 차례 수정 지시를 내렸더니 ‘괴롭힘’이라고 하던데 억울하다.

“괴롭힘으로 보기 어렵다. 업무 성과를 높이기 위해 부서원에게 여러 차례 평가하고 지시하는 행위는 업무상 필요하고 이는 상사의 권한이기도 하다. 지시를 내리는 방식에 폭언 등 부적절한 문제가 있지 않았다면 괴롭힘에 해당되지 않는다.”

_부하 직원을 회의 중 크게 질책했더니 모욕감을 느꼈다며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업무상 잘못을 지적한 것을 괴롭힘으로 볼 순 없다. 다만 사회 통념상 모욕감을 주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발언을 했거나 지속적으로 욕설이나 위협적인 말을 했다면 괴롭힘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괴롭힘도 성희롱과 마찬가지로 사용자(사업주)가 피해자 중심으로 생각하면서도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해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_괴롭힘을 신고하면 가해자는 바로 징계받나

“아니다. 회사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 받으면 우선 피해자와 상담을 진행해 괴롭힘 행위자로부터 분리만 원하는지, 사과 등 합의를 원하는 지 등을 상담하게 된다. 약식 혹은 정식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괴롭힘으로 판단되면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 조치를 하게 된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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